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노런(퍼펙트게임 포함) 경기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아직 시즌이 전반을 지나지도 않았지만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맷 케인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것을 포함해 무려 다섯 차례(한번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투수 6명이 합작)나 작성됐다. 6월 중순까지 다섯 차례 노히트노런 경기가 나온 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1917년 이후 처음이다.
노히트노런보다 더 어렵다는 퍼펙트게임 달성도 과거에 비해 잦다. 올 시즌 기록을 작성한 케인과 필립 험머(시카고 화이트삭스)를 포함해 2010년의 댈러스 브레이든(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필리스)까지 불과 3년 동안 한 시즌 두 차례 퍼펙트게임이 두 번이나 나왔다. 이는 188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계산해도 흐름은 다르지 않다. 총 다섯 차례 작성돼 어떤 시기보다 자주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노히트노런이 자주 기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원인은 타자들의 파워 실종에 있다. 6년 전만 하더라도 한 시즌 홈런 40개 이상을 치는 타자는 쉽게 발견됐다. 그 수는 2006년 11명이었지만 2007년과 2009년 반 토막이 났다. 2008년과 2010년에는 2명으로까지 급감했다. 그 기간 동안 노히트노런 경기는 22차례나 작성됐다. 외야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줄어들면서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졌고 노히트노런이라는 진기록이 발생할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진 셈이다.
그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2006년은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 복용이 금지된 해다. 스테로이드에 이어 피로감을 해소해주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암페타민마저 복용할 수 없게 된 타자들은 연이은 경기 출전으로 피로가 쉽게 누적됐다. 최근 경기 전 프리배팅에서 홈런 타구를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타자들의 힘은 쭉 빠져있다고 전해진다. 지친 배트에 투수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컨디션 조절이 수월한 편인 선발진은 급격하게 힘이 빠진 타자들을 압도해나간다. 올 시즌 9이닝 당 탈삼진 수가 역대 최고인 7.5개까지 치솟았을 정도다.
굳이 약 때문이 아니어도 최근 각 구단들은 쓸 만한 타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는다. 대부분이 빈약한 공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숙제로 삼을 정도로 힘 있는 타자가 부족하다. 이 같은 기근 현상은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빅 리그 진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또한 투수들의 진기록 양산을 돕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14일 케인에게 퍼펙트게임을 내준 휴스턴 애스트로스 타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주전 라인업에서 25살 이하는 6명이었다. 남은 타자들도 28살을 넘지 않았다.
파워 투수가 아닌데도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험머와 브레이든은 모두 케인에 비해 구위의 위력이 덜하다. 지난 2일 뉴욕 메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로 등재된 요한 산타나 역시 과거와 같은 파워 투수 유형이라 보기 어렵다. 2007년과 2009년 각각 노히트노런과 퍼펙트게임을 이뤄낸 마크 벌리(마이애미 말린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진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010년 6월 3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1루심의 오심으로 퍼펙트게임을 도둑맞았던 아만도 갈라라가 또한 정상급의 투수는 아니었다. 최근 속출하는 노히트노런에 대해 명투수코치로 이름을 날렸던 레오 마조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 함께 했던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이 지금 활약했다면 그들은 한 시즌 내내 한 점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투고타저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수제자들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6번의 사이영상을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노히트노런은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어느덧 진기록이라는 단어는 퍼펙트게임이 아닌 그 빈도수에 더 어울리게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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