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의 위치가 달라진 만큼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연구하겠다."(1월 CES 참석차 출국 당시)
"유럽 상황이 생각보다 더 나쁜 것 같다. 수출에는 다소 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5월 유럽ㆍ일본 출장 귀국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2' 참석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달라진 삼성의 위치에 대해 고민했다. 5월 유럽 출장길에서 귀국하면서는 생각보다 나빴던 유럽 상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6월 둘째주인 7일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장을 최지성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는 고강도 혁신안을 들고 나왔다. '제2의 신경영'에 준하는 조치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최 부회장에게 맡겨진 임무는 이 회장의 뒤를 잇는 '제2의 신경영'인 것이다.
전임 미래전략실장인 김순택 부회장의 경우 삼성그룹의 안방살림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했다. 그 결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초일류 경영에 나설 수 있었다.
지배구조 문제도 삼성에버랜드가 범 삼성가와 일부 기관들에 흩어져 있던 지분을 모두 매입하며 정리됐다. 이재용 사장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해외 주요 거래선과의 인맥을 다졌고 전기차용 배터리 비즈니스를 비롯해 실질적인 경영 성과도 내고 있다.
안방에서 벌어지던 문제 상당수가 해결됐지만 최 부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삼성전자는 경쟁자들을 제치며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그만큼 견제가 심한 상황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연합전선까지 구축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이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사업 상당수가 아직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최 부회장의 과제중 하나다. 본격적인 삼성그룹의 성장을 위해 최 부회장 특유의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 부회장은 이 회장이 적기에 꺼낸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삼성그룹 특유의 삼각편대는 이제 그룹(최지성 부회장), 전자(권오현 부회장), 오너(이재용 사장)로 다시 재편될 전망이다. 대공황 수준이라 불리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하고 인텔, 애플,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과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하는 숙제를 이들 삼각편대가 지고 있는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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