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민찬 기자] 7일 오후 3시 30분 세종로 미래기획위원회 대회의실.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인 위기관리 대책회의 현장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한 잔 씩 놓였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9.4도.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파란색 휘들옷(지식경제부와 한국패션협회가 시원한 옷을 만들어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며 상품화한 근무복)을 입고 나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조석 지경부 2차관에게 "오늘 전력 사용량은 좀 어때요?"라고 물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처럼 중량감 있는 안건이 올라온 날, 박 장관이 회의에 앞서 전력 사용량부터 챙긴 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다.
이날 오후 1시35분. 지경부는 "예비전력이 350만㎾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전력수급 비상조치 1단계(관심)를 발령했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 이후 관심 단계가 발령된 건 9개월 사이 처음이다.
같은 날 오전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미 예비전력량이 300만kW대로 뚝 떨어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 홍 장관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런 사정을 고려해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이 오기 전에 전기 요금을 인상하는 게 좋겠다"며 충격요법을 썼다. 요금 인상 계획을 알려 사용량을 줄여보자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오후 1시 30분을 넘긴 시각 냉방기기 가동이 늘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결국 지경부는 비상조치 1단계(관심)를 발령해야 했다. 마침 홍 장관이 김황식 국무총리와 함께 절전 캠페인 출범식 자리로 향하던 길이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전기를 쓴다면 대규모 블랙아웃(정전)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대규모 절전 운동으로 아껴 쓰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 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전국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을 한다.
김혜원 기자 kimhye@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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