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올 하반기 수도권에 5조원 가량의 토지보상금이 새로 풀린다. 토지보상으로 나오는 자금이 주변 토지나 주택시장으로 흘러가며 풍선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파주 운정3지구와 하남감일, 성남고등지구 등 수도권에만 총 5조1100억원 규모의 토지보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파주운정3지구의 보상규모가 가장 큰 3조3019억원이며 하남감일 1조3786억원, 성남고등 5295억원 등이다.
운정3지구는 8월부터 보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주변 토지시장이 들썩일 조짐을 보인다. 인근 P공인중개소 대표는 "파주시 야당동 일대 계획관리지역(답)이 3.3㎡당 250만원 전후를 호가한다"며 "보상이 가까워짐에 따라 보상비를 받은 사람들이 주변 땅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아 일부 매도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보상금을 노린 금융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시중은행들은 거액의 예금 유치, 증권사들은 토지보상채권 매입을 위해 고객유치 행사를 열고 있다. 파주 운정3지구 은행 관계자는 "특히 단위농협에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도 주민들이 저축은행 등에서 10% 넘는 금리로 대출받은 이자를 6% 이하로 바꿔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전문 PB들이 와서 상담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 내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파주 운정3지구 주민 2600여명이 1조20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아 미리 다른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돼 전체 보상금 3조원 가량에서 일부 대출 상환에 쓰이는 돈을 제외하고도 1조8000억원 정도가 현지에 풀리는 셈"이라며 "인근 부동산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부동산 시장에 절반 정도가 재투자되는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50%는 은행권이나 증시 등으로 자금이 유입된다. 금융사들이 파주 등의 토지보상 지구에서 격전을 벌이는 이유다.
실제 토지보상금을 받는 주민들의 자금운용 상담도 줄을 잇는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요즘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파주와 부천, 고양 등지 PB센터에 자주 출장을 간다"고 했다.
박합수 팀장은 "예전에는 토지보상금을 받아 강남 등의 아파트를 사는 게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토지보상금의 50%가 부동산 시장에 투입되는데 이 중 10%는 인근이나 서울의 땅을 매입하는데 쓰이고 나머지 40%가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상가 등의 수익형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 팀장은 "자금이 풍부한 사람은 수십억원하는 상가 빌딩에 투자하려 하고 10억원 정도 가진 사람은 일반 상가나 오피스텔 등을 보고 있다"며 "자금이 풀리면 부동산 시장에 다소 유동성이 모이기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파주 운정3지구는 이미 대토한 사람들이 상당수라 이자를 해결하는 데로 흐를 듯해 주변 지역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면서도 "어쨌든 유동자금이 나오기 때문에 인근 땅이나 도심의 빌딩 수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남 감일지구나 성남 고등지구의 경우에도 도심 빌딩 매입 등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요즘은 집을 사지는 않고 땅이나 소형빌딩 매입, 대토 등의 수요가 많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제한적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H 관계자는 "현금보상을 줄이고 채권보상을 많이 하는데 채권이자율이 은행 예금이자율보다 높아 금융시장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난해 하남미사, 고양원흥, 시흥은계 등에 보상금이 풀렸을 때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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