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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악플 지우기' 착한 소통의 첫 걸음

시계아이콘01분 05초 소요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좋은 댓글만 달아야 하면 울분은 어디서 푸나? 정치 관련 악플은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악플 보다는 악플을 쓰게 만드는 세상이 더 문제다.", "악플보다 더 큰 해악은 알바 댓글"


매달 말일 인터넷상 악플을 사용자 스스로 지우자는 제안이 담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무려 570개 이상 댓글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악플을 지우자는 기사에 도리어 악플로 응수하는 이들도 있었고, 거친 말로 댓글을 달지 않았다면 인터넷의 토론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항변도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악플을 다는 동기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이다. 정부와 여권의 작태가 악플을 쓰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질타가 이어졌고, 이에 맞서 진보세력의 무능이 악플을 부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는 악플을 지우고 스스로 댓글 습관을 되돌아보자는 본래의 취지와 관계없이 입장이 다른 서로를 헐뜯는 날선 정치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댓글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긍정적이지만 악플이 꼭 정치 사안에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올해만 해도 채선당 사건, 된장국물녀 사건, 악마 에쿠스 사례 등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터넷에서 특정 개인에 대한 맹목적인 비방을 쏟아낸 사례가 있었다.


무책임한 마녀사냥으로 개인의 정보가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되고 결국 죽음까지 부르게 된 극단적 상황을 우리는 수차례 목격해 왔다. 이런 현상은 격렬한 토론이나 건강한 비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특히 10대의 48%가 악성댓글을 써봤고 초등학생들은 악성댓글의 이유를 '재미'라고 응답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티즌의 다양한 의견 중 삭제해야할 악플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없어져야 할 악성 댓글과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비난 댓글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기준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네티즌이 참여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인터넷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장해온 민주적 소통의 공간이다. 이 공간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자는 게 악플 지우기의 취지다. 이를 위해서라도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쓴 댓글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철현 기자 k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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