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창환 기자, 천우진 기자]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이 삼성그룹과 CJ그룹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첫 공판이 열린 31일 서울지방법원은 양 그룹 관계자로 가득찼다. 30~40여석 밖에 되지 않는 방청석은 재판 시작전부터 꽉 들어찼고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 삼성ㆍCJ그룹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연이어 들어서며 설자리조차 없었다.
눈에 띄는 점은 CJ그룹의 핵심라인들이 총 출동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CJ는 이맹희씨 개인적인 일이라며 소송과 거리를 둬왔다. 소송 배후에 CJ그룹이 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맹희씨가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이긴 하지만 소송과는 전혀 연관이 없고 향후에도 CJ가 소송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적극 해명해왔지만 정작 소송이 진행되자 현장에 나선 것이다.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삼성가(家) 2세들간의 개인적인 재산 분쟁으로 여겼지만 결국 삼성그룹과 CJ그룹이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오너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질 경우 재계 역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CJ그룹의 핵심 라인들이 법정에 모두 등장한 것은 지금까지 소송에 거리를 둬 왔던 CJ그룹이 소송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 "화우와의 관계는 물론, 이맹희씨와도 거리를 두던 CJ그룹이 소송에 직접 개입하며 삼성그룹과 CJ그룹의 골이 깊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558호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변호인단과 이맹희씨의 변호인단이 설전을 펼쳤다.
이건희 회장측에서는 변호인단 대표를 맡은 윤재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와 강용현 태평양 변호사를 비롯한 총 6명의 변호인단이 법정에 참석했다. 이맹희씨의 법무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 역시 차동언 변호사를 비롯한 9명의 변호인단이 모두 참석했다.
소송 대리인들의 신경전은 첫 공판부터 치열했다. 이건희 회장측은 이맹희씨가 25년 동안 아무말 없다가 삼성전자 주식만 40배가 오른 현재, 이걸 나눠 갖자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맹희씨측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지 전 재산을 상속한다고 말한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소송의 쟁점인 상속회복 청구권 제척기간을 두고 법리공방이 가장 먼저라고 밝혔다. 제척기간은 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으로 상속회복 청구권의 경우 상속권자가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이건희 회장측은 침해행위가 있었다 해도 이미 상속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맹희씨측은 침해사실을 지난해 6월에 알았기 때문에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아 소송이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재판을 맡은 서창원 서울중앙지법 민사 32부 부장판사는 "여러 증거조사 이전 제척기간에 대한 법리 공방부터 해야 한다"면서 "법리공방이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6월 27일 열린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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