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 총 6557만7000GT…2010년보다 18.7% 줄어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상선 수주잔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신규 발주가 급감한 탓이다. 이대로 가다간 현재 건조 중인 배를 인도하고 나면 독(배를 만드는 부두)이 빌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1일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1·4분기 상선 수주잔량은 총 6557만7000GT(총톤수)로 2010년보다 18.7% 줄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국내 점유율이 10%대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의 1분기 상선 수주잔량 국내 시장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2010년만 해도 23.3%로 국내 1위였지만 지난해 20.7%로 내려 3위로 밀려난 뒤 올해는 20%대마저 무너진 것이다.
실제 수주잔량도 같은 기간 1882만5000GT(총톤수)에서 1488만GT, 1296만GT로 급감했다. 조선 빅3 중 수주잔량 감소율이 31.2%로 가장 높았다.
빅3 중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수주잔량이 1만5949GT(점유율 24.3%)로 가장 많았다. 2년간 수주잔량 감소율도 4.1%로 가장 낮았다. 삼성중공업의 선박 수주잔량은 1만4077GT(점유율 21.5%)로 2년간 22.4% 줄었다. 건조가 완료돼 선주사에 인도된 선박을 채워줄 만큼 신규 수주가 따라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대형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잔량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향후 몇 년간은 건조할 물량이 되지만, 조선 경기 침체가 이어져 신규 발주가 계속 부진하다면 조만간 독이 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형 조선사들은 선박보다는 해양플랜트에 주력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신규 유전 개발이 늘어나면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 발주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 1분기 조선 빅3의 신규 수주액 96억달러(약 11조2000억원) 중 해양플랜트가 68억달러로 전체의 71%에 달했다.
올 들어 4월말까지 대형 조선사들의 신규 선박 수주는 저조한 상태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이 13척을 17억달러(약 2조원)를 새로 수주해 선방했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액은 6억달러에 그쳤다.
대우조선은 올 들어 선박 7척을 9억6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2척을 4억달러(약 4600억원)에 수주하는 데 그쳤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신규 상선 수주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유럽 선주들의 상선 발주가 단기간 내에 살아나기는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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