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승용차가 시장 통로로 돌진해 행인과 상인을 덮치면서 3명이 사망했다. 지난 1일에는 경북 의성군 25번 국도에서 트럭이 훈련 중이던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에서는 지하철 출입구로 승용차가 2m가량 진입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들의 공통점은 운전자가 모두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는 점이다.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확대되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또 자가용이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어서 고령운전자는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유발하는 교통사고도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59명 증가한 605명으로 최근 10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사율은 4.4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운전자 2.4명에 비해 약 2배 높은 결과다.
늘어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약자인 고령운전자에 대해 양보와 배려를 실천하는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이다. 교통안전공단은 도로 상에서 양보와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범국민 실천운동으로 '교통약자배려 문화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교통약자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을 양보와 배려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현재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특히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사업용자동차에 집중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전하고 양보와 배려가 넘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한 고령운전자 스스로의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공단이 제작, 보급하고 있는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자가진단표'를 활용해 스스로 위험수준을 점검하고 위험정도에 따른 유의사항을 참고해 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나 관련 단체에서 고령운전자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고령운전자들이 쉽게 교육에 참여하여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례로 미국에서는 안전교육을 수강한 고령운전자에게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우리도 고령운전자의 교육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은 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 주기를 주에 따라 1~4년으로 단축했다. 일본에서는 69세까지는 5년, 70세는 4년, 71세 이상은 3년 단위로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며 뉴질랜드에서는 80세 이후부터는 2년마다 적성검사를 받도록 검사주기를 조정했다. 국내에서도 제1종 면허는 65세 이상, 제2종 면허는 70세 이상이면 5년 단위로 적성검사를 받도록 개선했는데, 일본처럼 70세가 되면 교통안전 이론교육과 운전실습을 받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로 위에서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고령운전자를 배려하는 것은 교통사고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과 같다. 언젠가는 우리도 나이가 들어 도로에서 보호받아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이 존중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나로부터 시작된 배려는 상대방의 또 다른 배려를 유발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화로 확산될 수 있다. 도로 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양보와 배려의 문화가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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