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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니어 창업 열기속으로]“사전조사·이웃과의 소통이 돈되는 농사의 지름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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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창업 | 귀농 예비 CEO들의 정착기

“어떤 것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은 실현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 바로 생쥐 한 마리에서 시작됐음을 기억하라.” -디즈니랜드 창립자 월트디즈니


“환갑이 다 돼가는 나이에 웬 창업이냐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 있겠어요.” 나이 든 사람도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며 창업으로 용기백배해 인생2막을 두드리는 시니어들이 있다.

귀농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부터 아이디어를 내세워 창업한 이들까지 사연도 다채롭다. 이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자기 색깔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활기차게 또 다른 삶을 열어가는 40대 이상 예비 사장님과 이미 어엿한 CEO로 자리매김한 시니어들을 찾아나섰다.


지난 1일 오전 11시 충청북도 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박달마을 인근의 한 농가.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푸른 채소밭에서는 브로콜리 재배에 관한 수업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50~60대 시니어들.

퇴직 후 귀농을 꿈꾸며 가까운 농가로 현장 견학을 왔다. 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청·소상공인진흥원의 시니어창업스쿨에서 KT와 연계해 운영하는 귀농교육 농수산물 재배 가공 과정이다. 강사는 전직 기자 출신으로 10년 전 서울에서 내려와 정착에 성공한 시니어 귀농 창업인 이우성(50)씨다.


4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처음 보는 브로콜리 잎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이씨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브로콜리는 어디에 열리는 겁니까?” “수확은 언제 하죠?” “농약은 정말 전혀 안 치나요?” 이 씨가 브로콜리 잎 중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여기에 한 개가 열리게 되고요, 5월 하순경에 수확을 합니다.


무농약에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 재배를 하기 때문에 벌레가 좀 생길 수 있어요. 친환경 밭은 동물 피해가 많아 동물들과 거의 같이 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생산량은 적어도 단가가 높으니까 사업성이 좋죠.”


누군가 또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다. “집은 직접 지었습니까?” 이 씨가 밭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기 있는 게 제 집이예요. 25평(83㎡)짜리 본채와 그 옆에 3평(10㎡) 남짓한 손님방이 있습니다. 직접 설계하고 건설업자를 동원해 지었어요. 뼈대를 나무로 하고 벽은 황토를 발랐어요. 평당 250만원이 들었는데 집 지을 당시인 2006년에는 자재 값이 싸서 덕을 좀 봤죠.”


[청년-시니어 창업 열기속으로]“사전조사·이웃과의 소통이 돈되는 농사의 지름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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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온 김규호(56)씨. KT에서 30년 근무하고 5년 전 명예퇴직을 했단다. 김 씨는 “회사를 나온 뒤 공공기관의 사무보조로 재취업했는데 근무 기간이 짧더라고요. 연속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것을 찾던 차에 처가쪽에서 유산으로 땅을 받게 되면서 귀농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충남 당진지역에 있는 밭인데 뭘 재배할까 고민 중이었거든요. 이번 교육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1차로 가시오가피와 뽕나무를 심으라는 코칭을 받았죠. 재배가 쉬운 편이라서 처음 농사를 시작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하네요.”


서울에서 직장을 그만 둔 남편과 인생2막을 위해 몇 년 전 감물면으로 귀촌한 50대의 한 아주머니는 어느 정도 시골 생활에 적응이 되자 농사를 지어볼 요량으로 이번 교육에 참가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귀농 창업을 염두에 둔 친구와 함께 왔다는 최성민(61)·김길석(57·여)씨 부부다.


최 씨는 “20년간 공직 생활을 갈무리하고 제2인생을 자연 속에서 텃밭을 가꾸며 사는 귀농의 길로 정했다”고 밝혔다. “귀농 교육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짧은 시간이나마 ‘귀농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고 시행착오 끝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선배 귀농인에게 직접 재배 실습을 배우면서 생생한 조언도 구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으네요.”


이 씨는 판로 개척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양배추, 절임배추도 하고 있고요. 개인 직거래를 합니다.” 이 씨의 아내가 옆에서 거든다. “귀농 창업 초기에는 거래할 데가 마땅치 않아 친지나 지인들에게 재배한 농산물을 주로 팔았죠. 지금은 20가구 정도의 가족회원을 두고 있어요. 연회비 80만~110만원을 내면 친환경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공급받아 먹을 수 있는데 이게 호응을 얻기 시작했답니다.”


이 씨가 학생들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말을 잇는다. “체력만 된다면 정년이 없는 농사가 인생2막을 시작하는 데 정말 좋아요.” 얼마 후 시니어 학생들은 감자밭으로 자리를 옮겨 씨감자가 많이 달릴 수 있도록 묘목에 호미로 흙 덮는 작업을 체험했다. 한여름 같은 무더위와 땡볕에서도 땀 흘리며 즐거워하는 그들의 얼굴엔 벌써 귀농의 꿈이 여물어 가고 있었다.


요즘 귀농 창업으로 제2 인생의 문을 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귀농의 목표가 ‘은퇴 이후 한적한 생활’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창업’으로 바뀌면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노력과 준비의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KT 인재지원팀 이재천 인사담당 매니저는 “2주간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귀농교육과정 신청자가 계속 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라며 “사전 준비를 위한 일종의 귀농 입문 프로그램으로 귀농이 자신에게 맞는지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퇴직한 시니어들의 경우, 귀농 창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 이유는 일단 다른 창업 아이템에 비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매니저는 “오랜 직장생활 탓에 창업해서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퇴직 시니어들에겐 만만치 않다”며 “그나마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가 귀농”이라고 설명했다.


귀농 교육생을 대상으로 강의 및 코칭을 맡고 있는 이타창업연구소 김갑용 소장은 “대체로 50대 중반 베이비부머 세대가 귀농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더라도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정신적 풍요를 누리며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해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유기농 등 농업의 가치가 재조명 되는 최근의 추세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 도전해 볼 만한 시장으로 새롭게 인식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귀농 결심을 해도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귀농에 관련된 많은 사항을 알고 준비해야 귀농이 가능하다”며 “귀농교육을 통해 시행착오를 1~3년 가량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귀농’이라고 하면 흔히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만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귀농은 농촌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갑용 소장은 “귀농 입문 교육을 받았다면 농촌진흥청이나 지자체 및 각 대학의 귀농을 돕는 기관 등에서 농사 짓는 법,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노하우 등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청년-시니어 창업 열기속으로]“사전조사·이웃과의 소통이 돈되는 농사의 지름길이죠”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성공적인 귀농 창업을 위한 조언
-철저한 사전 조사 및 교육은 필수다.
-농작물 선택은 신중하게 한다.
-선택한 농작물에 적합한 지역을 선정한다.
-고향이 농촌인 경우 귀향하는 게 더 낫다.
-귀농을 적극 지원하거나 귀농인이 많은 지역을 택한다.
-농촌 적응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토지 및 주택 구입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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