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영유아 무상보육은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파급력이 큰 정책이다. 정부 여당이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만0~2세 영유아 무상 보육 예산을 편성하고 올해 3월부터 시행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정부의 말을 믿고 당장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재취업에 나선 어머니들도 많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자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된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그 출처는 현재의 정부 여당보다 더 복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야당 소속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국 16개 시·도 지사들이었다. 전국 시도 지사들은 마침내 지난달 19일 만0~2세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추가 지방재정 부담분에 대해 추경을 편성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이렇게 되면 만0~2세 영유아 무상 보육은 이르면 오는 5~6월부터 중단되게 된다. 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도대체 영유아 무상 보육이 계속되긴 하는 것인지,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재취업은 할 수 있는지 헷갈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 주체인 지자체들과 정부·정치권의 모양새는 가관이다. 지자체들은 무상 보육을 정부가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정부가 재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태도다. 지자체들이 이미 올해 예산을 다 확정해 놓은 상황에서 정부가 느닷없이 연말 날치기로 예산을 편성해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확대되면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만큼 정부가 전액 예산을 대라는 것이다. 또 정부가 무상보육 확대에 따라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가 더 늘어날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특히 앞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재정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에 지원하는 정부의 교부금이 지난해보다 4조원 정도 늘어났기 때문에 적어도 올 가을까지는 버틸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벌써 5월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자체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3월 TF팀을 구성했지만 아직 묵묵부답이다. 그 와중에도 무상 보육 확대를 결정한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정치권은 총선 전후 혼잡스러움을 핑계로 짐짓 모른 척하고 있다.
답답한 것은 부모들과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지자체다. 실제 오는 6~7월부터 사정이 어려운 지자체들을 시작으로 무상 보육 예산이 집행되지 않기 시작하면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부모들의 혼란은 물론 아이들의 양육에 막대한 장애가 뒤따를 것이다. 어린이집·보육 교사 등의 피해도 불문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내놓은 19대 국회 지방재정문제 대책 특위 구성 문제는 고려해 볼 만 하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책임만 넘겨 놓고 예산은 주지 않아 벌어지고 있는 지방재정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법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19대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영유아 보육 예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물론 지자체의 재정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높여 지방재원으로 돌리고, 지자체에 돌아가는 부가가치세의 비율을 5%에서 15~20%까지 확대하자는 지자체들의 요구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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