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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특수 르포]"우리가 돈벌이 수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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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시설 부족, 호객행위 등은 여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나석윤 기자, 이정민 기자]대표적인 '쇼핑 명소'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중국 노동절, 일본 골든위크를 맞아 평소보다 훨씬 붐비고 있지만 이곳에서 관광객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식구들을 데리고 명동을 찾은 스웨덴인 한스(54, 남) 씨는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를 카페에 들어와서야 버릴 수 있었다. 음료수 캔, 휴지 등을 들고 1시간 정도 명동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쓰레기통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한스 씨는 "이런 관광지에 쓰레기통이 없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한스 씨 말대로 명동에서는 바깥에서 쓰레기통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시는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시내에 위치한 휴지통 수를 줄였으나, 민원이 증가함에 따라 2009년 말부터 이를 다시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명동에서는 여전히 쓰레기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밤이 되자 명동 거리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넘쳐났다.

[외국인 특수 르포]"우리가 돈벌이 수단인가" ▲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에 쓰레기가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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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도 쓰레기통만큼이나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굳이 상가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마저도 수많은 인파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3살 난 딸을 데리고 나온 최 모 씨(28, 여)는 "아이가 갑자기 볼일이 급하다고 해 힘들게 쇼핑몰에 있는 화장실에 찾아갔는데 거기서도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다"며 "아이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호객행위로 거리도 어수선했다. 서울 중구는 지난 2월 7일부터 29일까지 경찰과 함께 명동거리 호객행위를 집중 단속했다. 당시 구와 경찰은 10만 원 이하 벌금 11건, 경고 9건, 계도 149건 등 모두 169건을 처분했다. 이후 중구는 집중 단속으로 도를 넘는 호객행위가 자취를 감췄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그새 '약발'이 떨어졌는지 명동에는 여전히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호객행위가 가장 심한 곳은 화장품 가게들이다. 이날도 한 화장품 가게 앞에서 판매 도우미가 "하이떼 미떼 쿠다사이(와서 보세요)"라며 일본인 관광객들의 옷자락을 잡아끌고 있었다. 옆 가게에서는 길을 지나가던 한 중국인 관광객이 얼떨결에 판매 도우미에게 쇼핑 바구니를 받아들고 화장품을 고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판촉물로 사탕을 주며 관광객들이 그것을 집는 순간 손을 붙들어 가게로 이끄는 판매 도우미도 있었다. 호객의 손길을 뿌리친 타이완인 테레사(32, 여) 씨는 "불쾌할 때도 있지만 이곳만의 특징이라 생각하며 참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명동 거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마사지 업소, 음식점 등의 전단지도 쉴 새 없이 받아들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 범진유(24) 씨는 "명동에서의 일부 호객행위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며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상술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관광객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업체들은 이들 관광객이 한 점포에서 많게는 40만~50만원까지 구매하기 때문에 VIP급이라 이렇게 해서라도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귀뜸했다.


화장품 가게 한 점장은 "이 일대 화장품 가게 수익은 9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온다. 내국인들은 와서 구경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적게는 10만-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50만원의 물건을 한 가게에서 구입한다. 보통 4-5명 정도가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이런 무리 한 팀만 끌어와도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니 어쩔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한경 중구청 관광사업팀장은 "호객행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맞다"며 "요즘도 수시로 단속하지만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상인들이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남대문경찰서 명동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상권에는 가급적 개입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언급을 피했다.


[외국인 특수 르포]"우리가 돈벌이 수단인가"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광고 현수막. ‘50% SALE’ 밑에 한글로 조그맣게 ‘일부 품목에 한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밖에 바가지 상혼, 상인들의 불친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명지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인 곡예(26, 여) 씨는 "명동에는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면 외국인인줄 단 번에 알고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후지와라 유우코씨는 "한국의 바가지 요금은 일본에서도 알려진 내용"이라며 "한국 친구와 여행와서 바가지 요금을 안 썼지만 아직까지 종종 있는 것 같다"말했다.


호주인 토마스(35, 남) 씨는 "가게에 들어갔더니 점원이 영어를 못한다며 아예 상대할 생각을 안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명동관광특구협의회(전 명동상가번영회)에서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상인들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 박상철 명동관광특구협의회 홍보실장은 "상인들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서비스 교육을 받은 사람을 종업원으로 쓰게 하는 등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불청결하고 특색 없는 노점 음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올라 초여름 날씨를 보인 이날도 노점 상인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감자튀김, 소시지, 옥수수, 슈크림 빵, 호떡, 고구마 맛탕 등을 팔고 있었다.


슈크림 빵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노점 음식 대부분은 공장에서 납품받는 거라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거리를 지나던 김 모 씨(24)는 "튀김 기름이 눈으로 얼핏 봐도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특별한 음식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종탁 기자 tak@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이정민 기자 ljm10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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