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이 협소한 공장에서 밀집 사육된 가축 대신 방목해서 기른 닭ㆍ돼지고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동물학대 논란 속에 기업 측이 먼저 나서서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를 조성한 것이라 주목된다. 버거킹의 이같은 움직임은 먹거리 안전이 위생 등의 분야에서 윤리적 생산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업계에도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2017년까지 공장식으로 밀집 사육된 닭ㆍ돼지 고기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방목해 기른 닭의 계란과 방목하는 농장의 돼지고기를 100%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버거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체인을 가진 미국을 시작으로 점차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1만2500여개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버거킹이 막강한 구매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급업체와 하청업체에 동물을 적절하게 취급하도록 조치한다면 그 파급력은 거세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먹거리 문제에 대해 기업이 먼저 나선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버거킹의 조치는 국내 업계에 큰 화두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닭이나 돼지고기를 대부분 하림이나 마니커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버거킹과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림이나 마니커 등의 경우 버거킹과 마찬가지로 밀집된 공간에서 닭이나 돼지 등을 집단 사육하고 있다. 버거킹의 입장을 인용한다면 비윤리적 생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당장 이같은 생산과정을 바꾸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윤리적 생산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움직임도 없다.
업체들은 윤리적 생산에 동의할 수 없는데다 국토가 비좁은 한국 특성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한국 버거킹 관계자는 "버거킹 본사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다"며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어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입장을 예의주시한다는 반응이다. 롯데리아나 KFC는 자체적으로 농장을 갖고 있지만 않지만 가능한 검증된 업체를 통해서 물량을 공급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체들이 직접 농장을 갖고 운영하는 경우는 없지만 국내 업체들도 가능하면 검증된 업체에서 닭ㆍ돼지고기를 받아서 쓰려고 한다"면서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가축이 사육돼 문제가 될 경우, 자체적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방법을 강구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리적 생산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매일유업이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목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유업은 유기농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故) 김복용 회장이 직접 농장 선정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기농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젖소 1마리가 사용할 수 있는 면적과 방목장을 각각 17.3 ㎡, 34.6㎡ 이상씩 확보해야 하고 사료는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수유촉진제,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등은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등 까다롭지만 매일유업은 소비자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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