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중심 ‘반짝’ 회복세에 기대감 만발
상하이에 살고 있는 은행원인 왕양은 지난 일요일 5살 아들의 손을 잡고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길고 지루한 상하이의 겨울이 지나고 완연히 따뜻해진 봄 날씨에 산책 겸 부동산 시세도 알아볼 겸 나선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들은 거의 거래가 없다시피 했던 겨울에 비해 봄이 오면서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왕 씨는 내친 김에 인근에 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중개업소 직원들과 함께 둘러봤다. 현재 살고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는 아늑하고 좋지만 아들이 학교에 다닐 때를 대비해서 미리 방 3개의 큰 아파트로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다.
왕 씨가 방문한 상하이 시내에 자리 잡은 방 3개짜리 고층 아파트의 가격은 470만 위안(한화 8억4800만원)으로 서울의 강남 아파트 가격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가격은 같은 단지 내의 아파트에 비하면 약 5~10% 낮은 수준이라서 ‘싸다’는 게 중개업소 직원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 단지의 방3개짜리 아파트는 500만 위안(한화 9억원)은 줘야 한다는 것이다. 왕 씨도 시세보다 가격이 싸다는데 동의했다. 상하이 시내의 아파트는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시끄러운 대로변의 아파트도 400만 위안(7억2000만원)은 너끈히 넘는다는 것이다. 상하이의 생활비가 미국 뉴욕보다 비싸다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가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과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으로 침체 국면에 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봄이 오면서 겨울에 비해 부동산 수요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그 금액이나 거래 규모면에서 예전만큼의 수준은 회복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그동안의 부진함을 털어버리려는 듯이 부동산 구매의 활기가 살아나는 듯 해 보인다. 지난 2월에서 3월까지 상하이에서 기존 부동산의 거래량은 지난 1여 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64% 증가하면서 1만6400채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
매매가 이뤄진 부동산은 대부분 거주용 주택, 아파트 등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센추리 21의 후앙 허타오는 “주택을 넓혀가거나 좀 더 비싼 곳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넓고 비싼 주택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에서 단기 ‘반짝’ 회복세가 나타난 이유는 기다림에 지친 집주인들이 가격을 일부 내리면서 실수요자들과 거래가 이뤄진 때문. 그러나 대다수의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경우가 많아서 이 추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특히 4월초 청명절 연휴로 인해서 모처럼 살아난 활기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주택에 대한 구매가 현저히 떨어져서 3일 연휴가 있던 4월 첫 주의 신규 주택 구매는 전주에 비해서 52% 가량 하락했다. 이는 연휴기간 동안의 구매가 저조했던 때문으로 이 기간 동안 매매된 주택은 총 2만4700 ㎡로 전년의 3만4300 ㎡에 비해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구매 가격은 ㎡당 2만1871위안(한화 395만원)으로 전주에 비해서 3.9%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업체 소펀 측은 주택 구매자들의 투자 심리가 향후 수 주간에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이유로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시장의 투자 심리를 살리기 위해서 신규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주에 시장에 신규로 나온 신규 주택의 공급량은 총 20만 제곱미터로 이전 주에 비해서 53.4% 증가했다.
중국 지역 전체로 봤을 때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아직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20개 도시의 부동산 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3% 하락했다. 부동산 거래 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부동산 거래 규모는 추가적으로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밝혔다. 1분기의 부동산 거래 규모는 22만2000 가구에 불과해 전년 동기의 30만9000 가구에 비해 하락한 수준이며, 톈진 등을 포함한 9개 도시의 거래 규모는 40% 이상 하락했다.
중국 10대 도시의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숫자는 59만4900채로 전년에 비해서 46.4% 상승하면서 거래가 부진함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신규 주택 1만8072채만이 1분기에 거래되면서 최근 4년 사이 가장 낮은 거래 수준을 나타냈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 40개 주요 중국 도시 중에서 33개의 도시가 2~3월 사이에 부동산 거래 규모에 있어서 회복세를 나타냈고 특히 저장지역의 항조우는 부동산 거래 규모가 230%나 성장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3월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서 시장 거래 규모를 늘리는데 기여하기는 했지만 이런 추세가 유지되려면 최소한 3~4개월 이상 꾸준히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경계했다.
건설 중장비업계 글로벌 최강 ‘싼이’
후난 지방 창사에 자리 잡고 있는 중국 기업 싼이(三一)는 굴삭기 등을 생산하는 건설 중장비 업체다. 중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건설 중장비 업체이며 세계에서는 7번째로 큰 기업이다. 싼이 그룹의 량웬건 회장은 93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 지난해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의 부호 100명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량 회장은 싼이의 전신인 리안유안(Lianyuan) 공업사를 지난 1989년 공동 창업했다.
싼이그룹은 중국을 비롯해서 브라질,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7만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이는 중국의 건설 산업이 경제 성장과 함께 급속히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전 세계 건설 장비 시장의 4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 지역의 글로벌 금융 위기와 중국의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인해서 최근의 중국 건설장비 시장이 다소 위축되긴 했으나 싼이 그룹은 여전히 굴삭기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싼이그룹은 2011년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되었고 포브스지의 글로벌 2000대 기업에도 포함되었다. 량웬건 회장은 지난 2011년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림 중국-미국 전략 경제 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대화를 나누면서 국제적으로도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됐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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