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원순 시장은 "전에는 디자인만 했지만 이제는 실천도 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서울시장의 직무를 설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를 합리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사회로 만들 것인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180일간 박 시장이 내놓은 정책들은 이 같은 고민을 잘 보여준다. 지난 겨울 '희망온돌 프로젝트'를 실시해 29만명이 생계비와 의료비 그리고 난방비를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예산 문제도 그 답게 풀었다. 총 지원금 168억6600만원 중 155억원은 민간후원으로 해결했다. 그동안 관(官) 주도로 이뤄진 복지활동이 민간기관 참여 방식으로 탈바꿈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협찬의 달인' 박 시장이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의 롤 모델이라 해석할 수 있다. 민간자본을 바탕으로 풀뿌리 복지 기관 및 단체들의 역량 강화를 끌어낸다는 목표도 세웠다. 예산이 끊기거나 정책 변화로 지원마저 사라지는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인터뷰 와중에는 "억울하다"는 표현도 했다. 최근 불거진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의 갈등을 '박원순 탓'으로만 돌리는 주장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과도한 개발계획으로 갈등은 이미 내재돼 있었다는 시각에서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아직 미완이지만 그동안 묵살돼온 세입자 등 소외계층의 억울함을 반영했다고 자평했다. 되레 1000여곳에 달하는 정비사업장의 민원이 조용해졌다고 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 방향을 개발에서 '복지'로 바꿔놓으면서 여성과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내놨다. 비용부담에 대한 지적을 받았지만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효과를 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펼쳐온 정책을 통해 드러난 박 시장의 시정철학은 '소통'으로 귀결된다. 친환경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뉴타운 출구전략, 복지예산 확대 등 전 분야에 반영됐다. 하지만 소통의 과정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만들어졌다. 서울시 전 분야의 근간을 바꾼 만큼 책임있는 마무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비사업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은 기간 박 시장이 지하철 호선 요금문제 등 수많은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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