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북한이 다시 한번 '서울'을 직접 거론하며 대남 비난수위를 높였다.
장거리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 압박이 거세지자 미국과 대립각을 세운데 이어 남측까지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4년 서울불바다 발언 이후 간헐적으로 이어져 온 이러한 협박이 김정은 체제가 확립된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18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태양절(김일성 생일) 100돌을 성대히 경축한 바로 이러한 때 이명박 역도와 그 패당만은 동족의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우리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극단의 도발광기를 부리며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도발자들에 대해 그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무자비한 복수의 세례를 안길 것"이라며 "비록 서울 한복판이라 해도 그것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고 건드리는 도발원점으로 되고 있는 이상 그 모든 것을 통채로 날려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남한 내 보수성향 단체와 대학생들이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를 전후해 3대세습 등을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대남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와 적개심은 하늘에 닿아있으며 극악한 도발자들을 씨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쓸어버릴 멸적의 투지에 불타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처럼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협박한 건 가까이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불바다'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을 맞아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한데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북한의 사과가 없다는 점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초 한미연합훈련 시에도 '서울불바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적이 있다.
북한의 '서울불바다' 표현은 지난 1994년 제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대표가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이를 계기로 안보불안이 고조되면서 이듬해 국방백서에 북한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사용하지 않다 2010년 천안함사건 후 5ㆍ24 조치에 따라 대북심리전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자 16년 만에 옛 용어를 꺼내 비난한 적이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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