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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근로의 불편한 진실③·끝]근로 시간 단축 나아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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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짜리 공염불' 그친 현대ㆍ기아차 자발적 개선안 사례, 정부가 나서 재발 방지
'8시간 근무' 칼퇴근을 勞使政 사회적 약속으로
완성차 대기업선 부품 하청 기업 챙겨야
OECD수준으로 개선하면 일자리 100만여개 창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근로 시간 실태 점검에서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회사는 일제히 '옐로카드'를 받았다. 연장 근로 한도(주 12시간)를 위반해서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2개월을 매달려 개선 계획서를 짰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최종 승인한 개선 계획서에는 올해 근로자 1400여명을 신규 채용하고 3599억원의 시설 투자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연말이면 일부 공장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작하고 내년이면 전 공장에서 시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이 많은 엔진과 변속기, 소재 등 일부 공정은 2조2교대에서 3조3교대 등으로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개선안은 '20일짜리 공염불'이 됐다.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 한도에 포함시키겠다"며 정부가 장시간 근로와 관련한 또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개선 계획서는 '휴일 근로는 연장 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 법 해석에 근거해 마련됐다. 결국 장시간 근로를 둘러싼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동·경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달 6일 '실근로시간단축위원회'를 출범하고 대화를 재개했다. 노사정의 대화 창구에서는 연말까지 실제 근로 시간을 단축해 고용 창출과 노동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 활성화와 연장 근로 개선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강식 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실질적인 근로 시간 단축을 이뤄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마련돼야 한다. 우선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산업 현장에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방향성을 세운 후에는 세부적인 틀을 논의할 수 있는 노사정의 장(場)을 수시로 열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3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 추진 등 근무 형태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해왔지만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시기"라고 말했다.


노동·경영계의 전향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우선 노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양보'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강성 노조로 유명한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 1999년 협약을 통해 3교대제를 도입한 이래 신규 입사자에 대해선 기존 근로자 대비 21% 임금을 줄인 '이중 임금제'를 적용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일시해고(lay-off)를 기반으로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선진국에선 산업 발전을 위해 고용 경직성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있고, 근로자들도 모든 것을 다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입장에선 장시간 근로 문제와 관련, 하청 협력사를 배려하는 것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자동차 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보다 더 큰 문제는 24시간 풀가동 체제로 가지 않으면 물량을 대지 못하는 부품 협력사에 있다"며 "설비 증설이나 인력 충원 등에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근로 시간 단축은 현상적으로는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다. "장시간 근로가 OECD 수준으로 개선됐을 때 약 100만여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도 있다.


노동연구원의 배규식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위해선 1일 8시간-주 40시간 노동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생활 속에 내면화해야 한다"며 "기업은 노동력 절감형 생산체제를 지양하고 정부 역시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게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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