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012 프로야구는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출범 31년 만에 710만 명 관중 돌파를 노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일 8개 구단의 올 시즌 관객 유치 목표를 발표했다. 합계는 역대 최고 수준인 710만 명이다. 평균 13346명을 동원해 5년 연속 500만 명, 2년 연속 600만 명 관중 돌파를 동시에 이룰 심산이다. 지난 시즌 총 입장관객은 6810028명(경기당 12081명)이었다. 올 시즌 목표를 달성하려면 289997명을 더 끌어 모아야 한다.
현재까지 기상 예보는 맑음이다. 가파른 상승곡선에 다양한 흥행요소들이 더해졌다. 프로야구는 2006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그린다. 3040254명에 그친 관중은 2007년 4104429명으로 증가했다. 이듬해 수치는 5256332명으로 늘어나더니 2009년 5925285명을 불러 모으며 역대 최고 수준(1995년, 5406374명)을 경신했다. 기록은 2010년 5928626명을 끌어 모으며 또 한 번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까지 돌파했다.
일등공신은 단연 롯데 팬들이다. 2006년만 해도 441133명에 그친 관중이 5년 사이 약 3배 뛰어오른 1358322명으로 늘어났다. 2006년과 2007년 3위에 머문 구단별 순위도 이후 줄곧 1위를 달린다. 두산, LG 팬들의 저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입장 관객은 각각 1253735명(2위)과 1191715명(3위). 모두 경기당 18000명 이상이 홈인 잠실구장을 방문했다. 5위와 6위를 기록한 성적을 고려하면 무척 높은 충성도다. SK도 꾸준한 관중몰이로 매 시즌 흥행에 불을 지핀다. 지난 시즌 입장 관객은 998660명. 2006년 이후 한 번도 하락세를 보이지 않을 만큼 매서운 저력을 과시한다.
이상 4개 구단들은 올 시즌 나란히 1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본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홈인 잠실, 문학, 사직구장 등은 25000명 이상의 관중 수용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삼성, 한화, KIA, 넥센 등은 모두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구구장과 광주구장은 각각 최대 1만 명과 1만 2500명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목동구장은 총 1만 2500석이다. 대전구장은 지난해까지 1만 500석이었으나 최근 재건축으로 겨우 2700석 가량을 늘렸다. 여전히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없는 셈. 구단은 물론 KBO가 ‘1000만 관중 시대’라는 원대한 꿈을 품을 수 없는 주된 이유다.
소규모 구장들이 710만 명 관중 돌파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KBO가 밝힌 수치가 각 구단들의 목표를 토대로 제시된 까닭이다. 지난 시즌 592653명의 입장을 보인 KIA(5위)는 60만 명 관중 돌파를 기대한다. 508645명이었던 삼성(6위)은 55만 관중이다. 464871명이던 한화(7위)와 441427명으로 지난해 꼴찌에 머문 넥센은 모두 60만 관중 시대를 노린다. 한 구단 관계자는 “KBO에 제출한 희망 수치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다양한 요소들을 계산해 산출해 낸 현실적인 예측에 가깝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프로야구 인기 흐름에서 구단의 내부 사정까지 모든 것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623970명, 1995년)을 제외한 한화, KIA, 넥센 등 3개 구단은 한 번도 밟지 못한 고지를 넘본다. 출사표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최근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기와 해외파들의 복귀다. 한화는 박찬호, 김태균의 가세로 올 시즌 재도약을 선언했다. 한대화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향해 달리겠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으는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2경기에 출전해 1패 평균자책점 12.96을 기록했다. 홈런도 2방이나 얻어맞았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은 “박찬호의 계속된 부진은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나아가 한화의 부진은 말할 나위도 없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간 구단들의 흥행은 성적과 정비례하지 않았다.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1999년 대전구장의 입장관객은 218404명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인 지난 시즌 464871명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한화는 정규시즌 공동 6위에 그쳤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을 끌어 모은 2010년(397297명)도 다르지 않다. 그해 선수단은 꼴찌에 머물렀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구단도 다르지 않다. 넥센의 성적은 창단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 지난 시즌 꼴찌까지 뒤쳐졌다. 하지만 흥행 곡선만큼은 반대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역대 최고인 441427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그렇다면 프로야구가 흥행으로 가는 길은 탄탄대로일까. 여러 가지 걸림돌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문제는 청주구장이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청주구장에서 매 시즌 9~15경기 정도를 소화했다. 올 시즌 그 수는 크게 늘어났다. 제 1의 홈구장인 대전구장이 관중석 증축 공사를 매듭짓지 못해 한 달 이상을 홈으로 사용해야 한다. 청주구장의 관중 수용 규모는 7500명에 불과하다. 비좁은 구장에서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더딘 행정적인 절차로 삽을 늦게 뜬데다 날씨 등의 영향으로 진행속도마저 느린 까닭이다. 한 관계자는 “부실 없이 공사를 마치려면 더 많은 시간의 확보가 불가피하다”라고 전했다.
2012 런던하계올림픽도 빼놓을 수 없다. 뜨겁게 달아오른 프로야구의 열기는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17일간 펼쳐지는 대회에 적잖게 분산될 수 있다. 실제로 하계올림픽은 그간 KBO의 흥행에 악재에 가깝게 작용했다. 바르셀로나대회가 열린 1992년과 베이징대회가 열린 2008년을 제외하면 올림픽이 열린 해의 정규시즌 관중 수는 모두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프로야구는 1995년 처음으로 500만 관중(5406374명)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수치는 애틀란타대회가 열린 1996년 4498082명으로 떨어졌고 이후 추락을 거듭해 시드니대회가 열린 2000년 2507549명까지 내려앉았다. 올림픽의 혜택을 받은 경우도 있다. KBO는 2008 베이징대회 당시 인기 추락을 고려해 정규시즌을 한 달여간 중단시켰다. 올림픽 폐막 이후 우려하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당시 국가대표팀이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사상 첫 우승에 프로야구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고조됐다. 하지만 이 같은 풍경은 또 한 번의 재현이 불가능해졌다. 이번 런던대회에서 야구가 제외된 까닭이다.
우려요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개막을 앞두고 큰 홍역을 치렀다. 프로축구, 프로배구에 이어 드러난 경기조작이다. 대구지방검찰청은 3월 28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경기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현과 박현준에게 각각 징역 10월에 추징금 700만 원과 징역 6월에 추징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더 이상 추가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3월 5일 경기조작 가담자에게 야구 활동 정지 방침을 내리기로 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 지를 의심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한 해설위원은 “스타 없는 스포츠에서 흥행은 기대할 수 없는 법”이라며 “선수들의 도덕성이 계속 도마에 오를 경우 프로야구는 인기는 물론 위상까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해설위원도 “당장 모든 경기조작이 사라졌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며 “KBO는 시즌 중에도 철저한 감시 시스템을 가동해 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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