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특허괴물'이라는 말이 있다. 특허권만을 '무기'로 삼는 특허관리전문업체(NPE)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특허권을 확보한 다음 이를 침해한 기업에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이나 특허 로열티를 챙긴다. IT산업이 성장하고 각종 기술특허 출원이 늘어날수록 특허괴물의 활동도 가속화된다. 기업들까지 특허괴물 활동에 뛰어들었다. 현재 전세계적 특허괴물은 300개 정도로 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주도해 설립한 인텔렉추얼벤처스(IV)도 있다.
국내 기업도 특허괴물에게 시달리고 있다. 최근 특허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법원에서 한국 기업 상대로 제기됐거나, 한국 기업이 제기한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은 총 139건이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65건이 IT분야에서 발생했다.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43건으로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고, LG전자도 31건의 소송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 특허는 지뢰나 다름없다. 수많은 특허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신제품을 개발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최근 개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국제특허분쟁예보시스템(IPCAST)'은 이런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구축됐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전자 IT분야 3만여건의 특허소송 기록과 소송에 사용된 특허 자료를 검색할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소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분쟁 정보를 분석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자사와 관련된 특허를 미리 입력해 두면, 해당 정보와 관련해 국제무역위원회나 미국에서 소송이 발생했을 때 경고 서비스도 제공한다. 세계 전자 IT 국제특허소송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400만건의 미국 등록특허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등급화한 '분쟁민감 특허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KEA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연간 지식재산서비스 비용으로 지출하는 예산은 약 2000만원 정도"라며 "해당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분쟁 발생시 소요되는 소송비용도 아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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