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와 기나긴 갈등..."얼굴 알리려 그랬나"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재계와 정부, 정치권과 갈등을 벌이던 '갈등메이커'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 29일 사퇴했다.
이날 그는 동반위 본회의를 마친 뒤 "지금이 최선의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업계에선 그의 대선행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의 정치 커리어에 중소기업계가 이용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들쑤셔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은 뒤 떠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2월 갑작스레 초과이익공유제(이하 이익공유제)를 외부에 공표하며 이후 기나긴 갈등을 예고했다.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라는 그의 제안을 두고 학계와 재계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어긋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경제학 책에 다 나오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익공유제에 의문을 표했다. "(이익공유제는) 애초에 기업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성과를 배분하는 개념이어서 기업 간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정부와의 불화에 연이어 불씨를 지폈다.
갑작스레 이익공유제를 발표한 것처럼 한 달 뒤 그는 갑작스레 사퇴를 밝혔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는 게 이유였다. 청와대가 만류하자 그는 "대통령의 동반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며 사퇴를 번복했다.
이후 올해 초까지 그는 대기업와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정부에겐 "동반위는 지경부의 하청업체가 아니다"라고 했고, 재계에겐 "대기업 총수는 교체되지 않는 경제권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던 그는 지난달 대기업과 이익공유제 대신 협력이익배분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내용은 그가 기존에 주장하던 것과 좀 달랐다. 협력이익배분제를 동반지수 가점요소로 분류해 강제성이 없는데다, '협력이익'이란 말의 개념도 모호해 업계에선 "반쪽짜리 정책"이란 말까지 나왔다.
사퇴를 밝히는 마지막 자리서도 그는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부가 소임을 회피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남은 건 그가 떠난 동반위 몫이다. 동반위는 정 전 위원장이 갈등을 일으킨 대기업, 정부와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야 한다. 동반위는 다음달 대기업 56개사를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앞두고 있고, 올해 유통.서비스 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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