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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현실인식과 상상력의 발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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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현실인식과 상상력의 발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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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1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21세기의 왕족. 그게 뭔 뜻인 줄 알아? 우린 그냥 허수아비라는 거야.” 상상 속 21세기 입헌군주제의 대한민국에서 왕족의 역할은 <궁>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마네킹이거나 허수아비이거나. 하지만 왕 이재강(이성민)은 6년 전 다른 드라마의 황태자가 던진 질문과 비슷한 질문을 하는 동생 왕자 이재하(이승기)에게 국민 세금을 앞세워 “받은 만큼 일한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허황된 질문 대신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해낼 것을 요구하는 현실인으로서의 왕의 강단은 신선하다. 게다가 <더킹 투하츠> 속에서 여전히 남북은 대치상태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도 예민한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드라마 속 갈등의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그렇게 <더킹 투하츠>는 ‘대한민국이 21세기에도 입헌군주제라면’이라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현실의 가장 예민한 부분과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WOC(세계 장교 대회)에 출전하는 남과 북의 장교들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대치 상태에 있던 아침식사 장면은 <더킹 투하츠>의 세계를 압축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자란 환경도, 성격도 다른 남과 북의 청년들이 마주보고 있고, 그들 사이에는 마치 휴전선과 같은 탁자가 있다. 그 위태로운 균형을 어떻게든 잡아보려는 김항아(하지원)와 깨버리려는 이재하(이승기)의 갈등은 이 둘 사이의 로맨스가 드라마 속 남북관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알게 한다. 표정에서 장난기와 웃음을 지우는 순간 다른 얼굴의 사람이 되어버리는 두 주인공처럼, <더킹 투하츠>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번갈아 오가면서도 의외로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한의 왕자와 북한 여성 고위 장교의 정략결혼이라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소재가 잘 구축된 가상의 세계 속에서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입고 찾아온 것이다. 이재하에게 김항아가 새긴 강렬한 첫인상만큼이나 꽤 인상적인 첫 출발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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