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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시제1호, 이상의 '오감도' 중에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수수께끼같은 진술들의 실마리를 시의 전체 제목인 오감도(烏瞰圖)에서 찾는 것이 어떨까. 조감이란 새의 위치 즉 허공이나 나뭇가지 위에서, 새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일이다. 오(烏)는 새(鳥)의 눈을 뺀 이미지다. 이상은 이 '눈이 없음'을 시의 착안으로 삼는다. 오감도는 '눈이 없는 새가, 새의 위치인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린 그림'이란 뜻이 된다.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무 것도 보지 않는 모순. 이 모순이, 오감도의 저 음울한 풍경들을 찍어내는 '가상현실' 기법의 장치이다. 이상은 13명의 아해를 골목에 뿌려놓으면서, 공포의 경마 게임에 참여한다. 이상이 설정해놓은 '골목'이라는 공간을 주목하라. 그가 본명 김해경을 두고 다른 성과 함께 상(箱)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을 쓴다. 상은 상자다. 박스(BOX)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들어간 그 상자이다. 나는 공포의 골목을 탈출하는 14번째 아해, 이상을 만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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