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켓 쏠 경우 식량지원 할 수 없다"
[아시아경제 이의철 기자]북한이 느닷없이 다음달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전후로 위성 발사용 로켓을 쏘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무얼까?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로켓 발사 시점은 4월 12일에서 17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4.11 총선 직후가 된다.
북한의 공언대로 다음달 운반 로켓 '은하 3호'에 탑재된 광명성 3호를 쏘아 올리면 미국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약속한 '2.29 미-북합의'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
자연히 미국이 북한에 약속한 24만톤의 식량지원도 없던 일이 되버릴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2.29 미-북간 합의'는 후계자 김정은이 집권 한 이후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결정을 북한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식량지원은 없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해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며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에 식량 지원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또 어렵사리 맺은 미-북간 합의를 파기하면서까지 로켓 발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일각에선 남한의 총선이 예정돼 있고, 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북한이 이런 식으로 도발하면, 보수층의 여론을 오히려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별다른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북한의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우선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은 군부의 영향력 확대다. 로켓 발사는 북한 군부의 소관이다. 미-북 합의 등을 통해 북한 외무성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북한 군부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북한 김정은은 '미-북 합의 선언' 이틀 후인 3월 2일엔 군 수뇌부와 함께 전략로켓 사령부를 시찰했다. 이제까지 북한은 한번도 전략 로켓 사령부를 공개한 적이 없다. 김정은이 군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며, 이 연장선에서 로켓 발사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로켓 발사는 우리는 물론 일본, 미국, 중국 등에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민감한 문제이긴 하나, 핵실험과 비교해서 상당부분 양해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9년 4월 대포동 미사일때도 북한은 이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해야 하는 내부적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올해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정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후계자 김정은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실질적인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측면도 배제하기 힘들다.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때 외국 전문가와 기자들을 초청해서 발사 실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18일 '광명성 3호' 발사가 우주공간의 평화적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광명성 3호' 발사 계획과 관련해 한국, 미국, 일본 등 관련국의 우려와 비난에 대해 논평을 통해 "반공화국 압살정책의 전형적인 발로로서 우리의 평화적 우주이용 권리를 부정하고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비열한 행위"라며 "과학연구와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위성발사는 특정 국가의 독점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는 물론이고 대내적으로 로켓 발사를 위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의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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