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고유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름값 상승이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그간의 연구결과들을 정면 반박하는 결과라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은 치솟는 기름값이 정치·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교수진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미국 조지니아주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 정치학과 교수들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값 보다 실업률의 변화가 유권자들의 의사결정에 27배나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가상승은 경제성장률(GDP)에 영향을 줘 경제 전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 이를테면, 미국인들의 전체 소비에서 석유류와 석유 관련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를 밑돈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기엔 미미한 수치다.
또 석유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올라가려면 유가가 28%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올 들어 유가는 15% 오르는데 그쳤다.
에모리 대학의 앨런 애브라모위츠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으로서 행한 각종 정책과 경제운용 계획등에 대한 평가"라며 "기름값 같은 단편적인 이슈 하나가 국정 평가를 대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휘발유 가격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치솟는 기름값은 오바마 재선 가도에 최대 복병으로 인식돼 왔다. 야당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규정하며 연일 공격적 선거 유세를 벌여 왔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날 선 비판을 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공화당의 공격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기름값은 경제 상황이나 후보의 개인 역량처럼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체감 기름값이 요동치면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이란 혁명으로 촉발된 2차 오일쇼크로 재선에서 참패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저유가 호재에 힘입어 '결제 살리는 대통령'이라는 평가와 함께 높은 지지율을 누렸다.
한편 재선을 앞두고 기름값 악재가 더 악화될 조짐이다. 최근 미국 등 서방세계와 이란과의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 기름 수요 급증으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에서 소비되는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831달러로 4달러대에 육박하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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