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의 몰락.. 급등기 사들인 주택 속속 경매로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주택 급등기 부동산 대박의 꿈을 좇아 사들인 아파트들이 속속 경매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2005년 이후 구매한 아파트가 경매물건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대출금 상환 등 자금 압박은 더욱 심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대법원 경매정보,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이 2005년 이후 취득한 물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권 취득시기가 확인되는 12만3260건 중 6만752건이 이때 매매된 물건이다. 특히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구입한 아파트의 3년간 경매 건수는 매년 1만 건을 넘어설 정도다.
또 이 기간에 구입한 아파트가 경매로 나온 물건의 총량은 최근 3년간 경매시장을 통해 거래된 물건 중 37%(4만5732건)를 차지한다. 2003년 구입한 물건이 9435건, 2004년 7772건 정도였다. 이에비해 2005년 1만1736건, 2006년 1만4572건, 2007년 1만2086건, 2008년 1만1948건으로 2005년 이후 구입한 물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집값 급등기에 무리하게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집을 장만했던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몰락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출이자를 갚지 못한 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채권자인 금융사는 아파트를 경매시장으로 넘기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부터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8년까지는 집값 급등기다.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매매가격 상승률은 ▲2005년 4% ▲2006년 11.60% ▲2007년 3.10% ▲2008년 3.10% 등으로 그 이전과 이후보다 크게 높다.
이때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 이자부담분보다 집값이 더 올라 호황을 구가했다. '강남 3구'나 '버블세븐' 등의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로인해 아파트는 재테크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으며 정부는 가격을 잡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엔 집값동향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서울 강남3구의 경우 2009년 9.63%에 이어 ▲2010년 -2.37% ▲2011년 -2.25% 등으로 집값이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따라 서울 대치동 은마 전용77㎡의 실거래 신고 가격은 2006년 11억6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최근 7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2006년 대비 31.9%가 빠진 가격이다.
하우스 푸어들에겐 향후 전망도 어둡다. 2009년 경매시장에서 2006년 집값 상승기 이후 매매된 물건의 비중은 20% 정도였으나 이후 2010년 29%, 2011년 36%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남승표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연구원은 "지난해 경매결과를 보면 가격 고점인 2006년 이후에 구매한 아파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 집값 급등기 경매물량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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