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기세를 몰아 '대세 상승'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이 지난해 8월 이후 저평가 돼있던 업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다시 '코스피 2000'을 만들어냈다면, 이제부터는 실물경기 및 기업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기전자(IT) 등 올해 1분기 차별적인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기 관련 변수는 '회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의 지표 호조, 중국의 정책 모멘텀, 국내 경기선행지수 개선 등은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실제 국내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아직은 실적 개선세가 일부 업종에 국한되고 있어 실적 개선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업종 중심으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전자, 현대차 등 113개 대형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IFRS 연결기준)은 23조6000억원이다. 전년동기 25조7000억원보다 8.25%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이 가운데 IT 19종목의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38.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엘피다 파산 등으로 글로벌 IT 시장의 구조재편이 일어나면서 삼성전자 등 '승자 업체'들의 이익 상승이 기대되고 있는 데다, 이들의 대규모 설비투자 및 생산증가에 따른 관련업체 후광효과까지 예상된다는 평가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달 들어 기관 투자자들은 코스피 2000선 밑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실적 모멘텀이 확보되거나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감안할 때 하드웨어·반도체 등 IT 업종 뿐만 아니라 운송, 음식료·담배, 에너지, 은행, 상업서비스 등 차별적인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까지 고려한다면 저평가 매력이 높은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지수대나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볼 때 좁은 박스권 내 기간조정이 이어질 수 있어 지수 보다는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길 권한다"며 "펀더멘털 장세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업종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12개월 예상 업종별 주당순이익(EPS) 흐름을 보면 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IT, 반도체, 유통 등에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짚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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