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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래 씨, 어서 대치동 정글에서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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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래 씨, 어서 대치동 정글에서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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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래 씨, 어서 대치동 정글에서 정신 차리세요

JTBC <아내의 자격>에서 윤서래(김희애) 씨와 한명진(최은경), 강은주(임성민), 세 사람이 마주한 장면을 보는 순간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가 탄생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특히나 한명진 입장에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노릇이지 뭐에요. 늘 마뜩치 않게 봐오던 새언니는 가지가지 다 한다고, 아이가 다니는 학원 원장 홍지선(이태란)의 남편(이성재)과 정분이 났지요, 이제 곧 짜하니 소문이 퍼지겠지만 남편은 자신의 친구 강은주와 바람을 피워 아들까지 낳았으니 말이에요.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아들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애면글면 해온 한명진 그녀, 체면과 남의 이목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니 이런저런 이유로 벙어리 냉가슴, 속앓이 꽤나 하지 싶어요. 하지만 망신살 뻗치기는 이제 시간문제이지 않을까요? 강은주가 사건의 전모를 죄다 꿰고 있으니 확성기를 아예 손에 쥐어준 셈이잖아요.


그러나 이 드라마를 마냥 막장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렵다고 봐요. 그러기엔 캐릭터들이 너무나 섬뜩하게 사실적이니까요.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입이 딱딱 벌어질 지경입니다. 몇 년 전 특목고 입학을 갈망하는 한 열혈 어머니의 강남 입성기를 그린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겉은 그럴싸했으나 소소한 설정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죠. 그와 달리 <아내의 자격>에 나오는 인물과 상황, 대사들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무서울 정도로 현실과 부합합니다. 대입 수능도 특목고 입시도 아닌 ‘국제중 입시반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시험장 앞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는 엄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하면 윤서래 씨가 무심히 던진 “지금껏 제가 가르쳤어요”라는 말에 ‘자기가 가르쳐서 국제중에 보내겠대’라고 비아냥거리는 문자를 돌리는 일도, 학원 시험에서 꼴찌를 하는 순간 온 세상천지가 다 알게 되는 상황도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교육 열품에서부터 엄마들의 관계망까지 놀랍도록 현실적입니다


윤서래 씨, 어서 대치동 정글에서 정신 차리세요 사교육 타도를 보도하지만 동생네 아이의 국제중 입학에 열등감을 느끼는 속물 남편까지 <아내의 자격>에서 묘사하는 대치동은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가장 저를 놀라게 만든 인물이 바로 일명 ‘홍마녀’, 국제중 입시학원 원장 홍지선인데요. 홍마녀와 똑 닮은 여자를 진짜로 본 적이 있어서 하는 얘기에요. 여우처럼 아이를 잘 구슬리면서도 서슬 시퍼런 카리스마로 그 대단한 엄마들을 쥐락펴락하는, 내 방식이 싫으면 당신들이 그만두라고 배짱을 부릴 수 있는 학원 원장이 진짜 있더라고요. 그런가하면 며느리에게 ‘규칙을 정해두는 게 좋겠다, 올 때는 미리 꼭 전화해 달라’며 선을 긋는, 예전의 시어머니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시어머니도 흔히 볼 수 있죠. 시아버지 저녁 부탁이며 다림질까지 슬며시 며느리에게 미루는데다 애 성적이 부모 성적인 거 모르냐며 손자 성적 안 좋은 탓을 모조리 며느리에게로 돌리면서도 겉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화된, 교양 있는 시어머니로 보이고 싶어 하는 시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어디 그뿐인가요. 남편 직업이며 학벌이 제 직업이고 학벌인 양 턱을 있는 대로 들어 올린 채 살아가는 한명진 같은 여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아내의 자격>은 국제중학교에 합격한 한명진의 딸이자 윤서래 씨의 시조카를 축하해주기 위한 모임에서 불거진 가족 간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는데요. 저의 언젠가의 모습이 엿보여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팠다지만 요즘은 사촌이 좋은 학교에 합격을 하면 온 가족이 배앓이를 하는 세상이잖아요. 어쨌거나 윤서래 씨의 남편 한상진(장현성)은 사교육 타도를 심층 보도한 방송사 기자지만 실은 국제중 입학에 성공한 동생네가 사무치도록 부러운 속물 중에 속물입니다. 따라서 천식으로,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위해 유기농식과 자연학교를 보내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온 윤서래 씨와는 정면으로 충돌할 밖에요. TV에서는 어른들의 줄 세우기에 놀아나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던 남편이 당장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자고 수선을 피워대니 얼마나 실망스러웠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정붙이기 어려운 시집 식구들이며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 때문에, 그리고 아픈 아이 뒷바라지에 심신이 고달팠을 텐데 기 한번 제대로 못 피고 살아온 그녀에게 위로는커녕 오히려 마음에 돌덩어리 하나를 더 얹어주는 형국이 아닙니까.


남자 때문에 아들을 포기할 건가요?


윤서래 씨, 어서 대치동 정글에서 정신 차리세요 윤서래 씨, 지금은 믿음도 가지 않는 남자와 사랑에 빠질 때가 아니라 아들의 앞날을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그래서 아마 김태오, 그의 살가운 관심과 배려에 순식간에 마음이 쏠렸을 거예요. 자신도 여자임을 깨우쳐준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마음만큼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진도, 첫 회에 마음을 주기 시작했고 거짓말 같은 인연이 이어져 2회와 3회 사이엔 불현 듯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4회에 이르러서는 벌써 누군가가 눈치를 챘죠. 이제 감당키 어려운 시련들이 예고되고 있는데요. 다 이해가 되도 아이 엄마로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점에서는 고개를 흔들게 되네요. 아이가 꼴찌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약육강식의 세계에 뛰어들 것인지, 상처를 받더라도, 시집식구들과 남편과 싸워서라도 아이의 생각이 존중받는 삶을 계속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옳을 시점이 아니냐고요.


대치동 엄마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온 정성을 기울여 길러온 아이의 일이거늘 어떻게 그리 쉽게 내팽개칠 수 있었을까요. 문득 영화 <해피엔드>의 충격적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남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이 젖병에 수면제를 타던 전도연 말이에요. 절체절명의 순간도 아니건만 상담을 위해 사우나로 찾아가기까지 했던 학원 원장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것도 집에 시집 식구들이 다 와있는데 그 모든 걸 뒤로 한 채 남자를 만나러 달려 나간 윤서래 씨. 그리고 이어진 차 안에서의 키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불혹을 넘긴 나이에 찾아온 사랑은 다 그렇게 물불을 못 가리나요? 무엇보다 나름의 속사정은 있겠지만 고민 한번 하지 않고 아내를 쉽게 배신한 김태오라는 남자도 믿음이 안 갑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유일하게 낯선 존재 윤서래 씨, 그런 남자 때문에 소중한 아들 결(임제노)이를 포기해도 되시겠어요? 절대로 불륜을 저지른 며느리에게 한 점 혈육을 넘겨줄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윤서래 씨, 어서 대치동 정글에서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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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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