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 최대 기관투자자들인 연기금이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막강해 지고 있다.
애플이 수십년간 고집해온 이사회 구성 규정을 수정한데 이어 세계 증시 사상 새로운 이정표로 여겨지고 있는 페이스북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기업 공개(IPO)과정에서 새로 발행할 주식을 인수할 투자은행과 증권사를 추가했다.
이들은 월가의 유명한 기업들이 아니다. 뉴욕에 위치한 캐슬오크증권, 윌리엄 캐피탈그룹, M.R.빌앤컴퍼니와 시카고의 루프 캐피탈 마켓 등 일반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곳들이다.
뒤늦게 페이스북이 이들을 인수단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기금의 감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고육 지책이라는 평가다.
미국내 두번째로 큰 연금인 캘리포니아주 교직원 퇴직연금(CalSTRS)은 최근 페이스북의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몰려있고 이사회에 여성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을 것을 비판한바 있다.
이 비판을 접한 페이스북측이 여성과 소수민족들이 소유한 투자은행들을 인수단에 포함시키며 비난의 화살을 벗어나려 했다는 평이다.
앞서 GM과 골드만삭스도 IPO 과정에서 페이스북과 비슷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10년 GM은 재상장을 추진하며 인수단에 여성과 소수민족 소유의 은행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비난의 화살을 맞았고 결국 뜻을 바꿔야했다.
골드만삭스는 1999년 상장시에 시민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의 거급되는 요구에 굴복해 여성과 소수민족이 소유한 투자은행을 인수단에 포함시켜야했다.
IPO 전문 부띠크에 근무하는 스콧 스윗은 "월가도 유명 기업 상장에서 어떻게 해야 외부에 좋게 보일 것인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과 소수민족 소유의 투자은행들이 기업 IPO 참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20여 기업의 15억달러 규모의 IPO에 참여했다. 2007년에 비하면 배로 늘어난 수치다.
최근 애플이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의 요구에 따라 이사 선임방식을 수정한 것도 미국내 연기금의 파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캘퍼스는 애플에게 주주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만 기존 이사회 이사들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해왔고 지난해에는 주주들의 찬성도 받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사망한 후 처음 열린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됐고 애플의 이사회 구성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