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장단 회의, “지금은 KAIST 가치와 명예 지킬 때”···경찰, 검찰에 수사의뢰 계획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한극과학기술원(KAIST)이 최근 불거진 특허논란과 관련, 교수협의회 등을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5일 오후 총장집무실에서 열린 부총장단회의에서 “지금은 서남표 개인을 떠나 KAIST 가치와 명예를 지킬 때”라며 “더 이상 흑색선전과 비방이 번지지 않게 진상규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이날 “지금은 학내음모론에 대한 자정여론까지 특정이익에 포위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데 대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구성원들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린다”라며 심경을 밝혔다고 학교 쪽은 전했다.
서 총장은 이어 “특허논란은 과학자의 연구윤리, 국가과학기술 자산인 KAIST의 발전역량에 관한 사안으로 오직 객관적 ‘사실’로 매듭지어야 한다”며 “학내에서 불거진 온갖 음모와 의혹의 합리적 용인수준을 다시 정립키 위해서라도 사실관계에 대한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같은 서 총장 발언에 대해 “학교본부가 경찰이나 검찰 등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며 수사의뢰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논란이 된 특허는 KAIST에서 중점연구과제로 삼고 있는 모바일하버의 ‘해상부유물의 동요방지장치(출원번호 10-2009-0082785)’.
교수협의회와 학교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8월10일 곽병만 교수 등 5명으로 등록된 특허명의가 다음 달 서 총장으로 바뀌었고 이게 올 1월17일 특허사무소에서 발명자를 서 총장에서 기계과 박윤식 교수로 바꿨다.
교수협의회는 “도대체 누가 어떤 근거와 이유로 재변경지시를 내린 것인가. 최고경영진의 무절제한 특허탐닉이 가져온 ‘준비된 재앙’이란 생각이다. 이 사건과 관련, 누구든지 조금이라도 의도한 부분이 있으면 철저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본부는 “박 교수가 2009년 9월3일 학교행정절차를 무시하고 곽병만 교수 등 5명이 발명자로 된 발명신고서를 서남표 총장으로 바꿨다”며 “본인들의 동의 없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 지난 달 17일 오류를 고쳤다”고 밝혔다.
서 총장과 학교본부는 이번 특허논란의 진실규명을 위해 당초 학내 연구진실성위원회를 통해 조사하고 필요하면 관계기관에 수사의뢰할 방침이었다.
학교본부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교협이 지난 달 27일 2차 성명을 통해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인적구성을 문제 삼으며 조사결과를 사실상 부정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제3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학교본부는 지난번 교수임용문제와 마찬가지로 서 총장을 자진사퇴시키겠다는 조작된 의도의 연장선이란 입장이다. 학교 쪽은 특허의혹이 나온 뒤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일부교수들의 메일이 총장에게 보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날 발표자료를 통해 이번 진실규명이 “견제 받지 않는 초과권력, 면책특권이 양산해낸 굴절된 학내관행을 바로잡는 전기가 돼야 한다”며 “흑색선전이 떠도는 권력투쟁무대로 만들어 KAIST란 귀중한 이름과 역사에 상처를 내려는 시도는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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