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법원은 흔들흔들, 근로자에게도 애정남이 필요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7초

大法 "사내하청 근로자도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정리해고 필요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그때그때 달라요"

비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를 두고 대법원 판결이 춤을 추고 있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끌어안은 반면, 정리해고의 원인이 된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모(36)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해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지난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해 일하다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만3년째인 2005년 해고됐다. 최씨는 원청업체인 현대차가 실질 고용주로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물어 구제신청과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사내하청은 근로자 파견이 아닌 도급에 해당, 적법한 파견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0년 7월 "최씨는 직접 현대차의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취지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이 국내제조업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어 온 사내하청 근로자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파견근로자로 판단함에 따라 노동계의 거센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 중 41.2%(1939개소)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고용해 사내하청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4.6%인 32만6000여명을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제조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일관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콜트악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심판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2006년 처음 당기순손실이 났을 뿐 그동안 꾸준히 당기순이익을 낸 점, 유동성과 부채 비율로 볼 때 해고 당시 재무구조가 안전했다는 점에 비춰 해고를 해야 할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년 퇴직에 의한 자연스러운 인력감축을 통해 해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콜트악기는 “2006년 8억5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며 지난 2007년 4월 인천 공장 근로자들을 대량 정리해고했다. 근로자들은 지방노동위 및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고, 이에 사측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노동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이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내자 1심은 "공장의 경영위기로 인한 것"이라며 사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같은 날 콜트악기의 자회사 콜텍 해고 근로자들이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이날 콜텍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기업 전체 실적이 흑자라도 일부 사업부문이 경영악화를 겪는 경우 해당 부문을 축소·폐지하고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대전공장이 계속 영업손실을 낸 원인이 뭔지, 전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장폐쇄 결정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자세히 봤어야 함에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콜텍 노조는 2007년 10월 회사가 흑자를 기록하고도 노사갈등과 생산량 저하를 이유로 공장을 폐업하고 근로자를 정리해고한 데 반발해 6년째 복직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해고무효를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공장의 경영위기로 인한 것"이라며 패소했지만, 2심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지 않았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긴반학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콜트와 콜텍의 엇갈린 판결에서 일부 드러나듯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영업손실의 원인, 경영에 미치는 영향, 공장폐쇄 조치 등의 불가피성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해 일관된 기준이 서 있지 않음에도 장래에 닥칠 위기까지 고려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폭넓게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취업대란과 고용불안으로 힘겨운 근로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의 문을 넓힌 대법원의 판결은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광범위해진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법적 기준은 명확하게 새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선수)은 성명을 내 "콜트악기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다만 "콜텍 노동자들의 경우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다시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오랜 실직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염려된다"며 "위장폐업 논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판단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