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이 책의 장점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한다는 데 있다.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로 에둘러 표현하는 법도 없다. 무엇이 잘못이고, 그 잘못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날을 세워가며 '정치'와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는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사회를 고민했던 흔적도 보인다.
김 교수는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부족한, 어렵고 힘든 때"라면서 "경제와 사회에 대해, 변화에 대해, 또 정부와 대통령직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지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의 얘기는 성장담론에서부터 시작한다. 진보 진영의 성장담론 앞에 '애써 피하고 있는' '아니면 제대로 준비를 못 하고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입을 연 김 교수는 "진보 진영도 더 적극적으로 성장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을 위한 고민 자체를 보수주의 내지는 시장만능주의로만 몰아붙이는 진보 진영의 태도는 문제라는 것이다.
도마에 오른 이야깃거리는 이내 대통령으로 넘어간다. 김 교수가 바라보는 대통령은 이런 자리다.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자리.
그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집권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고, 또 더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법"이라고 설명한다.
성장담론과 대통령, 신자유주의, 국회, 선거, 복지 등 다양한 주제를 꺼내든 김 교수가 적은 결론은 분명하다. 한국 정치가 천박한 수준이 돼버린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모두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깨어 있지 않으면 정치 또한 그렇게 흐른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사람들이 거기로 나갈 게 아니라 같이 모여 토론하고 회의하고, 그 결과가 정치권과 정부에 전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그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할 때가 왔다.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김병준 지음/ 개마고원/ 1만4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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