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문은 아니겠지만…"

[김인만의 부동산돋보기] 덕분에 기회는 온다

[아시아경제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더 깊어지고 있다. 물론 부동산시장 침체가 박원순 서울시장 때문은 아니겠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박 시장이 취임한 작년 10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0.87% 하락했다, 강남구는 같은 기간 대비 1.75%, 송파구 1.32%, 강동구 1.23%, 서초구가 1.01% 떨어졌다. 재건축 시장만 보면 강남 2.29%, 강동 2.19%, 서초 1.27% 하락했다. 서울평균도 0.87%떨어지며 전국평균(-0.34%)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렸다. 1월 주택거래량 역시 1만5181건으로 지난달보다 76.2%, 작년 1월 대비 66.5% 감소하며 2006년 정부의 실거래량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원순 시장 이후 서울시의 부동산정책을 보면 1월31일 주민반대가 있는 뉴타운 지구의 지정 해제를 하겠다고 했고, 2월1일엔 12층 아파트를 35층까지 올리는 한강변 신반포6차 재건축 사업에 한강 조망권 보호로 보류결정을 내렸다. 2월16일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개포지구 재건축을 전용면적 60㎡(18평) 이하 소형 평형을 기존계획(20% 수준)보다 훨씬 많은 50% 정도로 늘리지 않으면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건축은 공공성보다는 민간성격이 강함에도 마치 공공주택 다루듯이 재건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강압적 무리수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른다.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수익성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소형평형은 평당 단가가 중대형보다 싸고 건설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공성을 가져야 하는데 공공으로 소형공급의 한계에 부딪힌 서울시가 민간사업인 재건축에 무리하게 소형 평형 비율을 늘리면 당연히 재건축 시장은 위축된다. 이런 사업지연은 서울 주택공급과 전세부족으로 연결될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향후 서민주거안정과 박시장의 공약달성을 위해 소형과 임대를 더 많이 지어야 하는데 SH공사는 더 이상 공공물량을 공급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재개발, 재건축 등 민간주택사업을 통한 공급을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격이다. 이렇게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수록 주택공급 특성상 3년 후부터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그 책임은 차기 대통령, 정부, 서울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택공급부족 문제로 부동산시장의 뇌관을 건드릴 경우 어떤 정책으로도 막기 어렵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소형아파트 공급이 필요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도 맞는 방향이지만 무슨 일이든 무리수를 두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용적률 상향 등의 당근을 주지 않고 소형 의무 비율 같은 채찍만 휘두르면 재건축 사업자체가 지연되면서 주택공급은 줄고 부동산 경기는 더욱 침체된다. 앞으로 2~3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회복 상황이 될 경우 주택공급 부족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불 난 집 손도 쓰지 못하고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침체기에 싸게 주워 담은 소위 여유 있고 용기 있는 분들이다. 반대로 침체기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싸게 팔았던 서민들은 재산적 피해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하는 기회까지 놓치게 되는 것이다. 주택구입을 하지 않고 전세로 거주한 서민들 역시 전세가격의 지속적 상승의 고통을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민간주택시장을 누르면 누를수록 3년 후 서민들은 더욱 어려워지고 소위 있는 사람들은 박원순 시장 덕분에 또 한번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