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있지만 대출금과 이자를 갚느라 어렵게 사는 '하우스 푸어'가 급증하고 있음이 정부 통계로 입증됐다. 어제 나온 한국은행과 통계청ㆍ금융감독원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보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의 평균 부채는 6353만원으로 전년(5629만원)보다 12.9% 늘었다. 같은 기간 3373만원에서 3688만원으로 늘어난 가처분소득 증가율(9.3%)의 1.4배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67%에서 173%로 높아졌다.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48만원에서 60만원으로 25% 불어났다. 소득보다 부채와 원리금 상환액이 더 크게 늘었으니 빚이 버겁고 생계에 부담을 느끼는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것이다.
집만 있지 '가난하게' 사는 가구의 형편은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서 더 어렵다. 수도권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50%로 비수도권(110%)의 두 배를 넘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기준 하우스 푸어를 157만가구로 분석했다. 전체 가구의 10%에 해당한다. 부채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지난해 하우스 푸어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집 때문에 되레 가난해지는 하우스 푸어는 구조적 문제다. 그동안 아파트가 대표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부동산 거품이 생긴 탓이다.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고, 그 부동산이 곧 아파트인 구조에서 집값이 떨어지니 팔아 빚을 갚을 수도 없다. 그래도 소득이 늘면 원리금은 갚을 텐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물가마저 올라 실질소득은 마이너스다.
하우스 푸어 대부분은 수도권에 살면서 아파트를 가진 30ㆍ40대 중산층이다. 경기회복이 더딜수록 대출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집을 내놓고 이것이 집값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 결과 하우스 푸어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내수가 위축될 것이다.
정부는 집값 및 전ㆍ월세 가격 안정과 함께 급격한 금리 조정을 자제하는 등 가계부채 총량을 슬기롭게 관리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가 부동산 정책에 엇박자를 내는 등 시장에 혼선을 주어서도 곤란하다. 금융기관은 가계대출의 거치ㆍ상환 기한을 연장하고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가계도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해답은 빠른 경기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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