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최저가 낙찰 폐지하고 최고가치 낙찰제 첫 도입
원전 운영 '실리'보단 안전 중심의 '원칙'으로
동반성장 역행+협력사 옥죄기 우려에도 '안전' 최우선 내세워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발전(원전) 공사를 수주할 때 '최저가 낙찰제' 대신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키로 했다. 한수원은 이를 내년 하반기 발주 예정인 신고리 5,6호기 주 설비 공사 입찰에 첫 적용할 예정이다.
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장으로 인한 원전 정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한수원이 '실리'보단 '원칙'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고가치 낙찰제를 포함해 기술 제안 입찰제, 삼진 아웃제 등이 '안전'이란 최우선 원칙을 지키기 위한 '도구'가 된 셈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9일 '원전 고장정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그동안 원전 공사 수주 시 관행으로 굳어진 최저가 낙찰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입찰 시 가장 싼 값을 적어낸 기업 대신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곳에 원전 공사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정책만 놓고 보면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 혹은 대기업을 등에 업고 사업을 하는 주요 계열사가 수주를 따내기 유리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기조와는 역행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원전 산업에 먼저 뛰어든 선진국은 대부분 최고가치 낙찰 방식을 쓰고 있는 데다 품질 저하나 부실 공사의 우려를 최대한 낮추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인 것도 맞다.
기술 제안 입찰제는 공기 단축, 비용 감축 등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과 새로운 공법 등 입찰자가 차별화 된 입찰 제안서를 제시하도록 해 경쟁을 통한 최적의 회사를 뽑겠다는 의도다. 과거에는 설비와 노하우 등 기술에 대한 심층 평가는 최대한 배제한 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을 선정해 공사를 맡겼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에너지 안전의 주축인 원전의 중요성을 감안해 무엇보다 안전한 운영에 최우선 가치를 둘 것"이라며 "대ㆍ중기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보다 기술력 있는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고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최고가치 입찰) 제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개선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단위 공정당 180~200여개에 이르는 협력사의 과실에 의해 고장이 발생하거나 인적 오류가 발견될 땐 삼진 아웃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1회에는 경고, 2회 자격 정지, 3회 적발 시 자격이 아예 취소된다.
이는 협력사 '옥죄기'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지만 용역 하도급 업체의 인적 실수를 막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겠다는 의도라고 한수원 측은 설명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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