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은 출발 전부터 흥미진진하다.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해외파들이 한꺼번에 복귀했다. 박찬호, 김병현, 이승엽 등의 움직임은 눈여겨볼만 하다. 모두 각 구단의 행보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매체들과 야구팬들의 눈은 벌써부터 이들에게 쏠려있다. ‘몇 승을 거둘까?’, ‘알맞은 보직은?’, ‘홈런왕 타이틀은 누구에게?’ 등 글쓴이에게 다양한 질문이 빗발칠 정도다.
해외파들이 관심과 이슈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고액 연봉자인데다 실력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모두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만큼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면 상승기류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해외파들은 복귀와 함께 한 가지 숙제를 더 떠안았다. 몸담았던 리그들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겸비해 배울 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이 타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한국야구 성장에 촉진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는 선진야구 기술의 전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눈으로 한국야구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역설해야 한다. 이들이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수백 명의 야구인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도 수정하지 못한 일들을 의식 담긴 한 마디로 바꿔놓았다.
슈퍼스타들의 말 한 마디는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 2군 선수가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을 구단에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장담컨대 요구는 단장이나 사장 선에 보고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서 흐지부지 묵인되기 십상이다. 절실함 또는 필요성이 그렇게 답도 없이 끝나는 경우는 흔하게 발견된다. 최근 한화 구단은 박찬호의 “마운드가 너무 무르다”라는 말 한 마디에 바로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그만 느꼈을 리 없다. 앞서 많은 선수들이 개선을 요구했을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해서라도 해외파들은 개인 성적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 리그와 팀 운영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줘야 한다.
다소 색깔은 다르지만 2008년부터 3년 동안 롯데 지휘봉을 쥐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재직 기간 구단운영, 마케팅, 팬 관리 등 많은 분야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단이 색다른 야구문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유도했다. 해외파들은 이미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의 시선 때문에, 혹은 개인 성적에만 치우쳐 소극적인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길 간곡히 당부한다.
박찬호, 김병현 등의 해외파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외교관이자 홍보대사였다. 기량으로는 ‘야구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의 가세로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역대 최다 관중을 바라본다. 이른바 ‘한국 야구의 황금기’다. 리그의 성장과 함께 주변의 여러 환경과 정책들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시즌이 되길 기원해본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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