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제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내놨다.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사업구역 1300곳 가운데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610곳의 실태를 조사해 주민이 동의하면 구역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제되는 구역은 '마을 만들기' 등 주거재생 사업이나 주거환경관리 사업을 벌여 시가 공동이용시설 설치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구상은 2002년 도입된 뉴타운 정책의 퇴출을 의미한다. 전면 철거 방식의 뉴타운 사업을 버리고 마을 공동체 중심의 정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이 부동산 투기와 철거민 양산, 난개발 등 숱한 폐해를 낳은 점을 감안할 때 주민 뜻에 따른 사업 시행 및 해제, 사회적 약자인 거주자의 권리 보호 등 큰 틀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밑그림만 있지 구체성이 떨어진다. 신구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구역 해제에 따른 사업비 보전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 설립 때까지 들어가는 사업비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재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건의하겠다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그동안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에 기대 왔다는 점에서 구역 해제는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다.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전ㆍ월셋값 및 집값 상승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구역 해제에 따른 투자자의 손실과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주건환경의 질적 개선 효과가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난마처럼 얽힌 뉴타운 문제를 정리할 때가 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큰 그림만으로는 곤란하다. 신정책의 성공 여부는 소유자와 거주자 등 관계자들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해제 구역을 연착륙시키는 데 달려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 및 협조를 받아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비용을 분담하라고 불쑥 건의하는 식은 곤란하다. 생색은 서울시가 내고 공은 주민과 정부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비용 부담, 장기 주택공급, 주거환경 개선 방안 등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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