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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도시개발의 새로운 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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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도시개발의 새로운 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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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로제토는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심장병이 미국 성인의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던 1950년대 후반, 로제토에는 65세 미만 심장병 환자가 없었을 뿐 아니라 심장병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 의학계는 식습관, 유전적 요인 그리고 마을 구조 등 다각도로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오랜 기간 관찰을 통해 알아낸 '무병장수'의 원인은 로제토 마을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로제토 사람들은 서로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를 즐겨했다.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꽤 많았으며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 정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그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음을 발견했다. 마을 사람 전체가 일종의 '확장된 가족집단'에 속해 있었고, 그것이 마법과 같은 의학적 혜택을 주었다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영부인 시절 워킹맘으로서 외동딸 첼시를 키우며 느꼈던 경험을 풀어낸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해'(It takes a village)라는 책을 발간했다. 폭력과 마약이 판치는 현실에서 아이를 잘 키우려면 가정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내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내 자녀만 잘 키우면 된다는 인식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마을 공동체가 함께 키워야 올바르게 성장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책 제목으로 차용한 것이다. 마을 전체가 '확장된 가족'으로서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이라는 저서에서 제인 제이콥스는 정통 도시 개발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번쩍거리는 대형 건물을 짓는 방식의 도시재개발은 오히려 도시를 죽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오직 수익성과 편의만으로 도시 공간을 재편함으로써 '인간성'을 상실한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 도시계획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이콥스의 대안적 도시 살리기 방안은 거리에 많은 사람이 다니도록 하는 것, 오래된 건물들을 그대로 두는 것 그리고 인기 있는 업종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가게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제이콥스는 개성과 창의력이 넘치는 작은 가게들이 활발하게 번창하는 뉴욕의 '소호 거리'를 좋은 예로 들었다. 그래서 도시의 블록을 작게 유지하는 것, 즉 골목길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동네에서는 각종 범죄율도 현저히 낮다고 한다.


한국 대도시의 개발 과정을 보면 '확장된 가족'이나 '공동체 의식' 등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마을을 허물고 대단지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원래 주민들은 밀려나고 연고도 없던 사람들이 입주하게 된다. 아파트의 생활양식은 단절의 극치다. 공동체 개념은커녕 앞집 사람과 인사도 거의 없다. 3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재개발ㆍ재건축 광풍을 타고 '뉴타운 건설'이 선거 공약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의 재건축ㆍ재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은 "정치인들의 뉴타운 공약 남발과 개발이익 위주의 사업으로 원주민이 '도시 난민'으로 전락했다"며 도시개발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좁은 국토, 기형적으로 발달한 수도권 등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가 있지만 이제는 다르게 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도시 개발의 전형을 찾아가는 현명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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