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6일 이후 최저치…해운사 수익성 타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해운시황 지표이자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수로 꼽히는 벌크선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가 8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며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광석, 석탄 등 해상 물동량이 줄어든 데다 고유가로 인해 운항을 꺼려하는 선주 및 선사들이 늘어나면서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호황기에 발주한 선박들이 시장에 꾸준히 투입되며 공급과잉 현상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DI는 지난 25일을 기준으로 전일 대비 23포인트 떨어진 78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6일(775포인트)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절반 수준이다.
겨울철은 철광석, 석탄 등 벌크선 수송물량이 늘어나는 전통적 성수기로 꼽히지만 BDI는 12월12일 이후 26영업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평균 BDI 역시 1115.6포인트로 2009년 1월(911.1) 이후 월별 기준으로 가장 낮다.
이 같은 운임 하락세는 선박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최대 철광석 수입국가인 중국이 수입량을 줄인데다 호주 허리케인, 브라질 폭우 등 지역별 재해가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유가로 인해 선주 및 선사들이 물량을 실어 나르기를 꺼려하며 시장 자체가 활발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호황기에 발주한 신조선들이 18만DWT(재화중량t수)급 기준으로 하루 1척 이상씩 시장에 투입되며 공급과잉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상태다.
BDI 1000포인트 이하는 국내외 해운사들이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국적 해운사들의 손익분기점은 대형업체의 경우 2000~2500포인트, 중소형업체는 2500~3000포인트대다.
대형사들이 소유한 자사선 역시 BDI 2000포인트 안팎부터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벌크선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물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의 실적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해운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와 마찬가지로 시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1000포인트 아래에서의 BDI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등락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철광석 수입을 줄였으나 내달 이후부터 다시 늘릴 것으로 보여 BDI는 곧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