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영화 '부러진 화살'이 심상치 않다. 설 연휴 동안 '부러진 화살'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대대적인 사법 개혁을 촉발하는 제 2의 '도가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석궁테러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은 25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서 24일 하루 동안 전국 456개관에서 23만457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부러진 화살'의 누적관객수는 90만6783명으로 이번 주 중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순 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 영화 '부러진 화살'은 주연을 맡은 안성기를 비롯해 박원상, 나영희, 김지호, 문성근 등 모든 출연진이 '노개런티'로 출연했으며, 개봉 5일만인 지난 22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부러진 화살'은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 충무로의 대표적인 중견 감독 정지영이 13년 만에 연출한 법정실화극으로, 두 얼굴의 사법부와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다. 억울하게 대학에서 해고된 김명호 교수(안성기 분)가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하자 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그를 위협한다. 현장에서 수거했다는 부러진 화살이 살인 미수의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되지만 김 교수는 결백을 주장하며 사법부와 대립하고 사건은 일파만파 퍼진다.
영화 흥행과 함께 영화에 대한 찬반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정지영 감독이 "'부러진 화살'은 90% 실화 바탕에 10% 허구를 가미했다"고 밝히자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는 허구에 불과하다"며 "조작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선택할 때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또 '나는 꼼수다 뒷담화'의 저자 김용민씨는 "지적인 충족감까지 느낄 수 있는 '쫄지 말라'는 이야기의 영화"라는 말로 영화를 극찬하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은 '부러진 화살'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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