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총선과 대선이 모두 치러지는 2012년, 정치권에 불어닥친 여풍(女風)이 거세다. 사회적 안배 차원에서 상징적인 자리에 배치되는 수준을 넘어섰다. 여성 정치인이 권력구도의 정점에서 판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단연 눈에띄는 인물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다.
박 위원장은 아예 당의 근본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당을 살리기 위해 현역 의원 25%를 물갈이하겠다고 나섰다. 국민경선 과정에서 탈락하는 현역 의원 등을 포함하면 약 절반 가량의 현역 의원이 교체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공천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반영돼 일부 조정이 될 수 있지만, 대폭적인 물갈이로 쇄신을 완성한다는 큰 그림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가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의 빈자리를 공정거래 규정 강화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당의 정책기조를 재조정하는 일도 박 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집권 여당의 미래를 박근혜라는 여성 정치인이 쥐고 있는 셈이다.
한명숙 대표의 등장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 80만 시민 경선인단에 정당 지도부 구성의 권한을 넘긴 획기적인 개혁을 주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표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의미를 갖는다.
한 대표는 더구나 정권 탈환이라는 무거운 책임과 역할을 떠안은 채 박 위원장과 여여(女女) 구도를 형성했다.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개인의 힘을 모으겠다' '정권 심판에 대한 요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하고, 박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근혜와 한명숙이라는 두 여성 거목이 설 연휴 이후 본격화될 총선전(戰)과 대선전에서 만들어낼 경쟁구도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도 여성 정치인들의 언행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대표적인 '빅마우스' 전여옥 의원이 눈에 띈다. 박 위원장에 대해 '백단어 공주' '과거형 인물'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인물'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날을 세우며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각을 세우고 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도 주목되는 '여성파워'다. 이른바 '정봉주법'을 발의하고, 재벌과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하며 대표적인 '투사형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윤선·정옥임 한나라당 의원 등 '조용하지만 강한' 인물들이 19대 국회에도 입성해 여성정치의 저변을 확대해 나아갈 지도 관심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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