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왜들 나랑 밥 안먹지? ←당신 '직따'

시계아이콘02분 43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취업포털 사람인, 3000여명 설문
-"현재 직장에 왕따 있다" 45%
-조화·의사소통 부재가 큰 원인
-'2보 전진 1보 후퇴' 전략 필요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A씨는 최근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가 3개월 만에 스스로 그만뒀다. 누가 봐도 학벌 좋고 영어도 유창해 뛰어난 '스펙'을 자랑했다. 몸값을 올려 다른 회사로 옮길 만도 한데 그는 낮은 연봉도 상관없다며 이직에 나섰다.

왜 일까. 컨설턴트는 상담을 하면서 그 이유를 찾아냈다. 전화통화를 할 때는 몰랐는데 만나보니 굉장히 소극적이고 언뜻 주눅이 든 느낌마저 들었던 것. A씨는 전 직장에서 소위 '직따'(직장 내 왕따)로 불리는 외톨이였다고 고백했다. 외국생활이 몸에 배 돌려 말하는 한국의 직장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마찰이 잦았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동료와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잃게 됐다고 털어놨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9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씁쓸한 현실이 반영됐다. 전체 응답자 중 1338명(45%)이 현재 직장에 '왕따'가 있다고 답했다. 10명중 6명 이상(61.3%)은 직장 내 왕따 문제가 '우려되거나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 이들(2.1%)보다 30배나 많았다. 왕따 문제로 대인관계에 갈등을 겪다 퇴사한 직원이 있는 경우도 58.3%에 이르렀다.

왜들 나랑 밥 안먹지? ←당신 '직따'
AD



◆어린 애들도 아닌데…왜 집단따돌림을 할까= 최근 '왕따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들에게 우선해야 할 인성 교육이 뒷전으로 밀린 탓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성숙한 인격체로 인정받는 사회인이 된 후에도 직장 내 왕따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인 설문 조사 결과에서 직장인들이 꼽은 왕따의 이유를 살펴보면 '눈치가 없고 답답한 성격이라서'(36.1%)가 가장 많았고, '조직에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않아서'(32.2%),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져서'(27.2%) 등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조직과의 조화와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일부이긴 하나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학벌 좋은 이들이 한국 조직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B씨의 경우도 의사소통 노력이 부족한 사례다.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까지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B씨는 국내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조직에 적응하려 하지 않고 늘 조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도 게을리 했다. 결국 동료들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졌고 회사 내 평판도 나빠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왔다.


조직 내의 문화나 분위기도 한 몫 한다. 한 외국계 기업에서는 운영 관리자(Operation Manager) 자리를 새로 만들어 C씨를 채용했다. 이미 관련 부서에서 실질적으로 관리자 역할을 해오던 10년차 직원이 있었지만 임원의 의사에 따라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기존 직원은 C씨를 인정하지 않았고 동료나 다른 부서 직원들이 C씨와 친분을 쌓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C씨는 조직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임원진들은 회사 분위기가 단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C씨 스스로 회사를 걸어 나가도록 만들었다.


◆'직따'를 막으려면…"서로를 이해하세요"=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동료의 성격을 파악하고 잘 어울릴 수 있는 핵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불만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는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이해'에서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도대체 나한테 왜 저러는 거지?' '불만이 뭐지?' 등과 같은 질문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다. 무엇이든 앞장서야 직성이 풀리는 주도형이 있는가 하면 말만 앞서거나 사람만 좋은 직장 동료도 있다. 모두 나 같지 않으니 상대를 100%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답은 하나다. 상대를 판단하고 각을 세우기 전에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교과서적인 답이라고 흘려들어선 안 된다.


'나를 따르라'며 무슨 일이든 이끌기를 좋아하는 독불장군 유형을 예로 들어보자. 주도형은 강하게 밀고 나가며 동료들과 종종 마찰을 빚는다. 자신의 계획대로 밀어붙이기 일쑤니 주위에 남는 사람이 없어 외톨이가 된다. 이럴 땐 동료 입장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을 쓰는 것이 주효하다. 맞불을 놓으면 오히려 사태가 악화될 수 있으니 우선 듣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차분히 이야기한다.


반대로 너무 소극적이어도 문제다. 이들은 꽃밭에서 키가 큰 양귀비가 정원사의 눈에 가장 먼저 띄어 목이 잘린다는 '키 큰 양귀비 신드롬'을 경계한다. 때문에 팀 성과에 무임승차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하지 않아 동료들의 원성을 산다. 이런 동료가 있다면 '묻어가려한다'며 눈총을 주기 보다는 일을 구분하고 방향을 제시해보자. 이들은 능력이 없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틀에 맞추려는 성향이 강한 만큼 주어진 일은 거뜬히 완수해낸다.


이처럼 각 성격마다 강점과 약점이 분명 다르다. 동료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부각시켜 부서 내 균형을 이루면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서로 약점만을 보면 조직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즉, 동료를 '평가'의 시각이 아닌 '이해'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평가의 눈으로 바라보면 '좋다' '나쁘다' '잘한다' '못한다' 등의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김경화 커리어케어 수석 컨설턴트는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문화에 맞춰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컨설턴트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는 이야기처럼 스스로 마음을 열고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조직에 더 빨리 적응하고 업무적으로도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