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런 돌발 상황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16일 오후 3시 케이블TV 업계가 KBS2 송출 신호를 끊자 부랴부랴 전체회의를 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첫마디다. 최 위원장은 사상 초유의 방송 대란에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갑자기 터진 '돌발 상황'이 아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사태였다. 결국은 위기 관리 능력이 문제였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 간 '재송신 대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케이블TV 업계는 HD(고화질) 신호 송출을 8일간 끊은 바 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나서도 양측간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걸어왔다. 이쯤되면 신호 송출 중단은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렇다면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간 합의점 도출에 방통위가 적극 나서야 했다. 방송 대란이 충분히 예상됐던 긴박한 상황인데도 최 위원장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전국 1500만 케이블TV 시청자가 지상파 HD(고화질)은 물론 SD(표준화질) 시청권을 도둑맞고 나서야 당혹해하는 모습은 스스로 무능력을 드러낸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사태 이후 태도다. 말로는 방송 대란의 책임이 케이블TV와 지상파에 반반씩 있다고 하면서 케이블TV에만 3개월간 영업정지, 과징금 5000만원 부과에 형사고발까지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는 '협상 타결을 위하여 성실히 협상에 임할것을 촉구한다'는 딱 한 줄이 전부다.
형평에 어긋나는 방통위 태도에 케이블TV가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가 두 시간만 협상 시간을 더 달라고 했는데도 케이블TV가 방송 중단을 강행했다"는 홍성규 부위원장의 보고에 최 위원장도 노발대발만 했을 뿐이다. 방통위가 중재자로서 신뢰를 잃었다는 사태의 행간엔 여전히 까막눈이다.
방통위가 "우리는 법적으로 중재 권한이 없다"는 앓는 소리를 하는 사이 16일 밤 KBS2 인기드라마 '브레인' 홈페이지에는 "차라리 결방을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애타는 글이 잇따랐다. 최시중 위원장의 무능력에 온 국민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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