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EU 국가 무더기 강등
사르코지 대통령 재선에도 적신호
EU, 신평사 견제 위한 제도 마련 부심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3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 9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조정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의 맹주로 평가받던 프랑스의 강등은 향후 유로존 해결은 물론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에도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올 봄 절반에 가까운 국채 만기가 몰린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은 ‘눈이 온 뒤 다시 서리가 내린’형국이다.
유럽연합(EU)도 이에 질세라 국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의 고삐를 바싹 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 난발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 대해 촉각이 곤두서지고 있다.
S&P는 “날로 고조되고 있는 유로존 내 정치·재정·통화 불안문제가 프랑스에 큰 충격 줄 수 있다”며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이날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1단계 강등했다. 프랑스의 최고등급 탈락은 S&P가 1976년 국가 신용등급을 산정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프랑스 외에도 S&P는 이날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투자적격등급 중 최하위 수준인 BBB+로 두 단계 내렸고, 스페인은 AA-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A로 두 단계 내렸다.
프랑스는 독일에 이어 유로존 2위 경제 대국이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 위기 해법 협상을 주도하며 재정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주도해왔다. 이런 프랑스마저 흔들린다면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프랑스의 강등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9.9%에 달하는 실업률과 거의 제로에 가까운 성장률 등의 자국 내 경제 불안과 겹치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즈는 16일 분석했다.
사회당 대선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신용등급 강등당한 것은 프랑스가 아니라 사르코지 정책때문”이라고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2단계나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탈리아의 미래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올해 이탈리아가 갚아야 할 국채는 3600억유로(약 53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4월에 갚아야 할 국체가 45%에 육박하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 만기를 갚아야 할 형국이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국채 발행 금리가 치솟아 이자부담이 늘고,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높아져 그나마 국채도 제대로 팔리지 않을 서 있다.
한편,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여파로 S&P 등 국세신용평가사가 유로존의 ‘공공의 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AFP통신은 EU증권시장청장인 마이클 다르비에르의 말을 인용해 “S&P강등은 최근 좋아진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평가”라며 유럽의 리더들을 열 받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신평사들에 대한 감시감독을 한결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S&P의 유로존 무더기 등급 강등에 따라 그동안 보류됐던 ‘지정업체 순환’등의 조항들도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EU 관계자들은 밝혔다. 규제안은 우선 금융기관들이 기업 신용평가 시 무조건 신평사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평가 방법을 적극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 은행이나 기업 등 채권 발행자가 신용평가를 맡기는 업체를 3년마다 교체하도록 했다. 만약 신평사가 동일 발행자에 대한 평가를 10회 이상 연속했을 경우 매년 바꿔야 한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