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회와 교과부 등 퇴진 요구 움직임에 “퇴임 뒤 대안은 뭔가. KAIST 장래 위해 잘못된 판단”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교수협의회 사퇴압력 등 학내 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 총장은 11일 총장집무실에서 열린 부총장단 회의에서 최근 학교현안과 관련, “수많은 근거 없는 음해와 비방을 받으면서도 총장이 직접 나서는 게 학교 명예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현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며 “학교명예를 지키고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입을 열었다.
서 총장의 이날 발언은 12일까지 진행된 교수협의회 퇴임결의안 상정 찬반투표에 앞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교수협의회는 최근 임용된 전 부총리의 아들 K교수를 놓고 서 총장의 권력남용과 부당인사 등에 대한 의혹이 있다며 투표를 했다.
그는 “실체와 주장이 뒤바뀐 총장 퇴진운동이 지난 9개월간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 것처럼 나 또한 ‘소통을 안 하는 총장’으로 낙인 찍혀 불명예스러운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여태껏 교협이 주장한 것을 안 받아준 게 뭐 있는 지 궁금하다”며 “하다하다 이번엔 교수임용의혹까지 나왔다. 투표해서 또 나가란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게 나만 사라지면 될 일인가. 이게 소통을 안 한 증거인가, 한 증거인가”라고 교수협의회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은 “제가 나가면 교협은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가. 학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라며 “어떤 대안이라도 언급한 적 있었나. 교협이 내놓은 유일한 대안은 내 사퇴”라고 주장했다.
서 총장의 이날 부총장단 회의발언은 이사진, 교수들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쓰지 않던 ‘뒷거래’, ‘비상식’, ‘병폐’ 등 강한 표현이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이사장의 이사진 교체 움직임에 대해 서 총장은 “교과부와 이사장이 신임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목적이 나 한 사람을 해임하기 위한 맥락이라면 KAIST 장래를 위해 잘못된 판단”이라며 “부끄러운 기록으로 KAIST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 제가 뒷거래나 비정상적 절차로 물러나는 것은 학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KAIST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런 방법을 택하고 싶진 않다”고 교수협, 교과부 등의 퇴진요구를 거부했다.
한편 12일까지 한 교수협의회의 ‘서남표 총장 해임촉구 결의문’ 채택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교수(383명)의 75.5%(289명)가 해임촉구에 찬성했다. KAIST 전임교수 588명 중 536명이 교수협 회원이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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