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유화 발언 잇따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김정일 사후' 대북정책 기조를 고심하던 정부가 본격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유연하게 협력할 준비가 됐다"(이명박 대통령), "먼저 대화 제의할 수도 있다"(류우익 통일부 장관) 등의 발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향후 대북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 장관은 5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가진 브리핑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일 사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일단 남북간 대화채널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북한의 사과 없이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류 장관은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대화가 꼭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조바심을 내거나 서둘러 원칙을 흩트리는 것은 협력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세부전략에서는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비하기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도 당장 흡수통일 하겠다거나, 북한을 망하게 한다는 목표는 갖고 있지도 않고 시도도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군사부문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 얼마만큼 관여하는지 분명치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하지만 합당한 직위를 가졌다면 회담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도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여건이 성숙되면 언제든 대화할 의지는 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여건이, 얼마 만큼 성숙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포괄적인 의미"라고만 답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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