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필름’하면 떠오르는 코닥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주력사업이던 필름판매가 급감하면서 실적악화가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지 등 다른 필름메이커들이 새롭게 디지털카메라 제조에 나선 것과 달리 코닥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뒤처지면서 경영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코닥은 지난 1975년에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131년 전통의 코닥사가 수주일 내로 파산보호(챕터11)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이스트만 코닥사가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특허권 매각이 실패할 경우 수주일 내로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코닥의 주가도 28%나 급락하기도 했다.
종업원 규모가 1만9000명 수준인 코닥은 파산보호를 통해 채무가 동결되면 1100건에 이르는 특허권 매각을 계속 진행하면서 회생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회사정리절차를 진행하면서 점유권을 유지하는 은행권에 대출을 받아 10억달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코닥측은 “시장 루머나 막연한 관측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산보호신청은 빠르면 이달 말이나 2월 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또 다른 관계자는 밝혔다.
사실 코닥은 그동안 거액을 투자해 수천 건의 이미지와 관련 기술을 보유해왔기 때문에 막판 반전을 노릴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필름 사업이 움츠려들기는 했지만 안토니오 페레즈 대표가 지난 반세기 상업용 프린터 시장에 집중하기 전만해도 코닥은 1980년, 1990년대 화학분야, 욕실 세정과 의료장비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현재는 1만9000여명의 운명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코닥은 한때 흑백필름 판매로 믿기 힘들 정도의 수익을 냈고, 이를 종업원들과 나눴다. 이는 “임금은 일한만큼 나눠야 한다”는 창업주 조지 이스터먼의 철학이었다. 회사는 버는 족족 결과에 따라 노동자에게 나눠줬고, 종업원들은 보너스를 새로운 차를 사거나 멋진 레스토랑에 축배를 드는데 탕진했다.
당시 코닥을 다녔던 종업원들은 공히 현재 애플이나 구글에 다니는 것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점심에는 직원들은 강당에 모여 현재 극장에 상영되는 영화를 공짜로 보거나 회사 내 코트에서 농구를 즐겼다. 적어도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코닥은 꿈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코닥은 고난의 시기에 들어선다. 독보적이던 필름시장은 후지, 아그파 등 해외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조금씩 내주기 시작했고, 훗날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2003년에는 코닥은 주력사업이던 필름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발표하며 쇄락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코닥의 회생 가능성은 채권자들이 프린트 사업을 지속시킬 가치가 있는 지, 그리고 코닥이 보유한 특허들의 가치를 쳐줄 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