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국 문턱에 다가선 것일까. 덩치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주요 7개국(G7)에 접근한 경제 규모나 무역액은 그 징표다. 올림픽, 월드컵도 치렀고 지구촌을 달구는 K-팝(POP)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모든 것은 아니다. 아직은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데 우리 모두가 공감한다. 세상에서 말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하고 취약한 '그 무엇'을 말해주는 지표가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경제, 사회통합, 환경, 인프라스트럭처 등 4개 경쟁력 분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과 종합 비교해 내놓은 국가경쟁력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여러 지표는 '덩치만 커진 철없는 아이' 또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의 사회, 깊어지는 빈부격차, 갈수록 벌어지는 산업 간ㆍ기업규모 간 양극화, 개선되지 않는 부정부패, 뒤떨어진 법치의식 수준, 교육열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경쟁력, 최하위권의 언론 자유…. 경쟁력 지표에 드러난 우리의 어두운 모습이다.
물론 좋은 내용도 있다. 경제성장률(6.2%ㆍ2010년 기준)은 34개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0위를 유지했다. GDP 대비 총외채 비중은 비교 대상 31개국 중 가장 낮다. 특허출원, 전자정부지수, 외환보유액, GDP 대비 공교육비 지출 비중도 상위권이다.
경제 쪽에 몰려 있는 이 같은 긍정적 지표의 뒤편에 사회적 갈등과 불균형을 드러내는 부정적 지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형평, 지출, 보건, 안전, 다양성 등의 사회통합 지표는 대부분 바닥권이다. 공동체 구성원 간 신뢰도는 19개국 중 13위다. 법치에 대한 인식은 34개국 중 25위, 부패지수도 30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또한 30위로 최하위권이다. 빈부격차를 말하는 지니계수는 30개국 중 20위에 머물렀고 빈곤율은 34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장맛비에 웃자란 화초는 튼튼할 수 없다. 성장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삶의 질,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화초꼴이다. 나눔과 신뢰가 함께하는 사회, 내실 있는 국가경쟁력이 절실함을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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