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삼성경제연구소는 자영업이 소속 근로자들을 포함해 국내 고용의 40%나 차지한다고 밝혔다. 동네 이웃 10명 중 4명의 삶을 자영업이 지탱하는 것으로 경제의 근간이랄 수 있다. 몸에 비유하자면 모세혈관인 셈이다.
그런데 자영업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2008년 상반기보다 많은 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현 분위기대로면 올해 상반기에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24만1000명보다 많을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성공과 실패는 항상 혼재해왔듯, 자영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성공하고 자생하려면 상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동네 가게에 이르기까지 생존하려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하지만 자영업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점만 갖고 논의하기는 뭔가 부족하다. 연간 10만명 이상의 자영업자가 도산하고 폐업하는 상황에서 과연 사회에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는지 반문해야 할 시점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게가 단지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만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들의 농ㆍ특산물 온라인 판로를 지원하는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그간의 성과를 축하하며 밝히는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도내 우수 농ㆍ특산물의 마케팅 전략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해 전국의 소비자가 우리 도의 우수한 특산물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군의 특산물이 온라인상에서 더욱 홍보될 수 있도록 관내 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ㆍ블로그 운용 등 판로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 등등.
위에 열거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상품은 좋으나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없었다면 농ㆍ특산물을 판매하는 사장님들은 아마 한국노동연구원의 집계 수치에 추가되었을 것이다.
온라인 유통기업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다양한 분야 셀러들의 성공 스토리를 자주 접하고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팔고 있는 사장님이 경기 불황으로 쌓인 재고를 온라인을 통해 이틀 만에 다 판 사례도 있고 오프라인 가게의 높은 임차료 때문에 운영이 힘들어 온라인으로 전향한 동네 자영업자의 성공 이야기도 보았다.
이러한 성공 스토리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와 신속하고 편리한 택배산업, 누구나 팔 수 있는 열린 시장의 존재 등 바로 온라인 유통의 장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영업 사장님들은 단지 이를 십분 활용했을 뿐이다.
흔히 마중물이라고 하면 물을 계속 길어 올리기 위한 바가지의 물을 뜻한다. 그 수량도 충분해야 계속 퍼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채널은 자영업에 있어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의 높은 임차료와 인건비, 사업장의 각종 경비, 높은 수수료와 달리 소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점이 그것이다.
이 효과로 상인은 물건을 보다 저렴하게 많이 팔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며 온라인 유통기업 또한 수익을 올리니 진정 상생의 마중물 효과가 크다 하겠다. 이처럼 마중물 역할을 할 제도적 장치가 사회 곳곳에 많이 선보여야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박주만 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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