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삼성ENG 부장, 14억불 인도 에틸렌 프로젝트' 준공 눈앞
불안한 지반 공사, 빗속에 강행해 공기 맞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2009년 3월, 인도 구자라트주 남쪽에 위치한 다헤즈 경제특구 현장에 도착한 이기용 삼성엔지니어링 석유화학사업본부 부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플랜트가 들어설 자리의 지반 상태가 심상치 않았던 것. 이 부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웹진 'e플랜토피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의 흙은 토목 엔지니어에게 가장 민감한 대상이다. 바닷가 근처임을 감안해 특수 설계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거질 위험 요소들을 생각하니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독일 린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인도 최대 에틸렌 플렌트 '오팔 프로젝트(OPaL Project)' 수석 엔지니어로 임명됐다. 연산 110만t의 에틸렌과 34만t의 프로필렌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4억달러를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는 당시 창사 이래 단일 수주액으로 최대 규모이자 해외기업이 인도에서 따낸 가장 큰 계약이었다.
인도국영석유회사인 ONGC와 계약한 첫 거래로 중요성이 큰 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은 오팔 프로젝트에 수십 년간 경험과 역량을 갖춘 고참 엔지니어들을 전진 배치했고, 이 부장이 선봉장이었다.
본사와 협의 끝에 여러 대안을 마련한 뒤 수개월 후 공사에 돌입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인도의 마른 땅을 다 적시고 만다는 '몬순(monsoon)'이 시작됐다.
무작정 비가 그치기만을 지체할 수만은 없었다. 전체 공사의 맨 앞단에 선 토목 공정에서 공기를 잡지 못하면 후속 공정은 더 힘들어진다. 이 부장은 공사를 강행키로 했다. 5개의 유닛을 4개 하도급업자에게 나눠 맡기고, 공정 스케줄ㆍ인력ㆍ장비 수급 계획안을 철저히 확인했다. "4~5개 업체를 동시다발적으로 통합 관리하기가 버거웠지만 이 같은 혁신적 수행 방식이 아니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가설 도로에 철판 100여장을 옮겨가며 깔아 장비가 원활하게 들고나도록 지원한 것은 지금도 직원들 사이에 무용담으로 오르내릴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4개월에 걸친 대규모 파일 공사가 끝난 뒤 휴가를 받아 귀국한 이 부장은 가족들과 인사도 나눌 겨를 없이 부족했던 잠부터 청했다. 걱정하는 아내로부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말도 들었다. 이 부장은 “하지만 고생만큼 보람과 성과가 따르는 것이 우리 엔지니어링 업이며, 역할이고 행복이다”고 말했다.
현장에 복귀한 이 부장은 에틸렌 플랜트 공사로는 처음으로 프리캐스트 파이프 랙을 현장에서 제작하는 혁신 수행활동도 수행했다. 처음 시도하는 만큼 하도급 업체가 많이 힘들했고, 그 때마다 이 부장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함께 도약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설득했다.
초창기의 어려움을 이겨낸 오팔 프로젝트는 이후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중이며, 오는 7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은 인도에서 수건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며 중동에 이어 제2의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그의 노력과 헌신이 추가 수주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온 지 올해로 33년을 맞는 이 부장은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플랜트 토목은 전체를 보는 시각과 치밀한 관리가 조화돼야 하는 분야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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