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한국과 중국이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많은데, 바로 이게 국제기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7월 공식 창립한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이하 센터)의 초대 사무총장에 오른 이삼열(71ㆍ사진)씨의 말이다.
그는 2일 "태국과 캄보디아, 메콩강 접경 지역 등에서도 아리랑 문제와 비슷한 일들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조율하고 아직 발굴이 안 된 무형유산을 하루 빨리 찾아내 기록하고 보존해야 하는 게 센터의 의무"라고 말했다.
센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세워졌다. 2005년 유네스코가 센터 설립을 공식 표명했고, 그 뒤 설립 타당성 조사와 한-중-일 회의 등이 이어졌다. 한국은 무형유산의 발굴과 기록, 보존을 맡았고 일본은 연구를, 중국은 교육을 담당키로 했다. 유네스코는 2009년 10월 한국 센터 설립을 공식 승인했다.
센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 사무총장은 "유형유산과 달리 예술, 공예, 가치관 등과 같은 무형유산은 사라져버리기가 쉽다"면서 "센터는 각 나라의 무형유산을 발굴해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유지하는 게 센터의 가장 큰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무형유산을 보존하는 일이 체계적으로 안 이뤄졌었는데, 이젠 센터에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각 나라에 지원도 할 예정"이라며 "전통문화를 잘 보존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사무총장이 꿈꾸는 미래는 유네스코가 그리는 것과 같다. 강한 나라, 약한 나라 구분 없이 여러 문화가 함께 잘 어우러지는 세계다. 그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문화 다양성이 많이 훼손된 실정"이라며 "소수 민족까지 모두가 자신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지켜내는 게 유네스코의 목표인 인간적인 세계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전했다.
센터는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도 설립 추진 단계에 있으며, 한-중-일 센터가 모두 자리를 잡으면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신임 사무총장의 임기는 3년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문리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괴팅겐대학교 사회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엔 숭실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문화재정책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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