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18세기 조선 문화의 전성기를 이끈 개혁 군주. 신하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국정을 주도한 군주. 친인척들에게 많은 서신을 보내 안부를 챙긴 살뜰한 군주. 그렇게 평생 많은 편지를 남긴 군주.
조선 22대 왕인 정조 얘기다.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지난 8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도록 제4책-정조어찰(正祖御札)'을 펴내면서 정조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런 정조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시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한일도서협정에 따라 지난 6일 한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의궤와 이토 대출 도서 등을 공개하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궤와 도서'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7일부터 내년 2월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홍재전서'를 비롯한 이토 대출 도서와 조선왕실의궤인 '대례의궤(大禮儀軌)' 등을 선보인다.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궤와 도서'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홍재전서'다. 정조의 시문(詩文)과 교지(敎旨) 등을 엮은 문집인 이 책은 이토가 1906~1909년 서울대 규장각에서 빌린 뒤 100년 만에 반납한 책 66종 938책의 일부다. 이 책들은 이토가 1909년 통감직을 그만두면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이토 사후 일본 궁내청에 남아 있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최근 이와 관련해 "한일도서협정으로 돌아오는 책 목록에 이토 대출 도서가 포함됐다는 걸 알았을 때 조금 뜻밖 이었다"며 "다들 조선왕실의궤에만 주목하다보면 이토 대출 도서가 갖는 의미는 이대로 그냥 사라져버릴까 두렵다"고 말했다. 조선왕실의궤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만, 이토 대출 도서에 대해서도 그만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홍재전서' 외에 대한제국의 선포 등을 기록한 '대례의궤', 처음으로 공개되는 '영정모사도감보완의궤(影幀摹寫都監補完儀軌)'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또 내년 1월12일 오후 2시엔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과 이민원 원광대 교수, 김정임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의 특별 강연도 들을 수 있다. 강연 주제는 각각 '일본 궁내청 서릉부 소재 조선왕실도서의 환수 과정과 의의', '이토 히로부미 반출 왕실도서의 현황과 의의', '환수 조선왕실의궤의 현황과 특징'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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